[애니멀피플] 고양이 순살탱
4회. 두 눈이 안 보이는 고양이, ‘댕댕이’ 탱구
인스타그램 7만9천 팔로워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삼형제 순구, 살구, 탱구를 아시나요? <고양이 순살탱>의 출간 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단순히 고양이의 귀여움을 전하는 게 아닌, 성묘, 그리고 장애묘 입양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한쪽 눈이 없는 살구, 선천적으로 두 눈이 안 보이는 탱구도 반려인의 배려와 사랑으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거든요. 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스스로 ‘호구 집사’라 불리는 걸 마다치 않는 작가와 세 고양이의 일상을, 책이 출간되기 전 <애니멀피플>에서 단독 연재합니다.
한쪽 눈만 있어도 더없이 예쁜 살구, 두 눈이 보이지 않아도 씩씩한 탱구. 둘 다 성묘로 입양했지만 어린 고양이가 아니어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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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구는 살구와 합사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던 모습과 달리, 탱구를 차분하게 관찰하더니 동생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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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살구는 탱구를 경계하며 앞발을 휘두르거나,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실은 탱구에게만 처음부터 다정한 순구를 보며 서운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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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는 계단을 외우는 걸까 합사 일주일쯤 지나자 탱구는 격리방 안에 만든 간이 케이지 틈새로 비집고 나오거나, 아예 케이지를 부수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격리 방 문을 열면 이미 밖에 나와서 방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날은 방문을 열자마자 거실로 튀어나와 혼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녔다. 어디 한 곳에도 크게 부딪히지 않고 돌아다녔고, 집 전체 동선을 파악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조금씩 순살이가 받아주는 선 안에서 돌아다니게 허락해줬더니, 점점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 임보 방 안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임보 방에만 두면 밤낮없이 울어대는 통에 아예 철망 케이지를 거실로 옮겨 식탁 밑에 고정해 주었다. 케이지 문은 이중으로 막았고, 혹시나 싶어 2층 계단 입구도 높은 철망으로 막은 탓에 순살이도 2층을 오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1층 침실에서 자고 있는데 탱구 울음소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들려 잠에서 깼다. 어떻게 된 건지 탱구가 2층에서 울고 있었다. 순살이도 못 뛰어넘는 높은 철망으로 계단 입구를 막아뒀는데, 그걸 기어이 넘어 2층으로 올라온 것이다. ‘아, 얘를 정말 어쩐다?’ 아직 탱구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2층 계단을 막아둔 건데,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막아도 또 올라올 게 뻔했다. 결국 이참에 2층 계단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집 안 동선을 외운 속도로 보아 난간 틈을 밧줄로 촘촘히 막으면 계단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2층에서 울고 있는 탱구를 계단으로 안내해 스스로 내려오게 도와줬더니, 똑똑한 탱구는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길을 이해했다. 처음엔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곧 계단 코너도 잘 피해서 갔고, 턱이 좁아지는 곳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넓은 쪽으로 돌아 지나갔다.
탱구가 2층에 오지 못하게 철망으로 막았지만 소용이 없어, 결국 계단 오르내리는 법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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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도 제법 사이가 좋아진 모습. ‘순살이네’로 불리던 우리 집은 이제 ‘순살탱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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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양이 셋을 키워보니, 녀석들끼리 잘 지내는 데 눈의 개수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집 고양이 중에 눈이 가장 많은 순구가 셋 중에 제일 부실하니 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탱구는 유달리 발달한 청각과 후각, 예민한 수염으로 사람과 장애물의 위치, 장난감의 움직임, 화장실과 사료 위치를 단번에 파악해 어려움 없이 사용했다. 내가 조심할 일이라곤 안았다가 내려놓을 때,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스크래처나 방석 위에 올려놓아 주고, 다가가기 전에 이름을 먼저 불러주며 놀라지 않게 하는 정도였다. 큰형 순구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탱구는 순구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구석이 많았다. 장난감에 대한 반응 속도는 오히려 순구보다 빨랐다. 큰 똥을 싸고도 깔끔하게 모래로 잘 덮고 나오는 탱구를 보니,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자기가 싼 똥을 밟고 나오는 순구가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바람에 생각보다 도울 게 없는 탱구의 등장으로, 순구는 ‘우리 집에서 눈 개수는 제일 많지만 손은 제일 많이 가는 큰형’이 되었다. 글·사진 김주란, 인스타그램 @soongu_sa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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