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0만 마리 개들이 경매장을 통해 펫숍 등에 팔려 나간다. 경매사의 손에 목덜미를 잡힌 강아지는 잔뜩 움츠려 있다. 경매사 뒤로 강아지가 담긴 우유상자들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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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1회. 경매장의 컨베이어벨트
개농장-경매장-펫숍 잠입 취재기
한국 반려견 산업의 ‘불편한 진실’
1년에 20만 마리 개들이 경매장을 통해 펫숍 등에 팔려 나간다. 경매사의 손에 목덜미를 잡힌 강아지는 잔뜩 움츠려 있다. 경매사 뒤로 강아지가 담긴 우유상자들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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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경매장, 펫숍은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입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애니멀피플>이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벌였고, 두 달 동안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3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 등을 잠입 취재했습니다.
반려견 산업은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강아지 번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경기도의 한 상가를 임대해 관청으로부터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접근하기 위해 펫숍 사업자로도 등록했습니다. 펫숍에서 보름간 ‘알바’로 일하며 개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장도 기록했습니다. 동물권을 보호하는 나라에선 보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보고서 <반려동물 판매 금지 해외 사례와 대안적 방향>(동물해방물결), <올바른 반려견 지식서 가이드>(굿보이토토), <불법 번식 경매 도살 실태 보고서>(카라), <2018 동물보호와 복지 관리 실태 조사 보고서>(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단행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킴 카빈) 등을 참고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체를 이제 영상과 글로 보여드립니다. 물건처럼,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거래되는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텀블벅 펀딩도 준비했습니다. 동물의 친구, <애니멀피플> 친구들의 참여와 도움을 기다립니다.
1년 20만 마리 개들이 ‘유통’되는 곳 접이식 의자에는 입찰에 쓰이는 버튼이 달려 있었다. 버튼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했다. 경매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60평 규모였다. 대규모 경매장의 경우, 매번 경매마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200여마리의 강아지를 사고판다. 대다수 경매장은 주 2회 운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국내 강아지 경매장은 18곳이다. 전국적으로 출하되는 수를 모으면 매주 약 5천 마리에 이른다.(2017년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가운데 약 80%가 낙찰을 받아 거래되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개의 경우 1년에 약 20만 마리가 경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아지 경매장들의 크기는 50~60평 남짓. 대규모 경매장은 경매마다 100여명이 사람들이 모여 200여마리의 강아지를 사고판다. 의자나 천장엔 입찰에 쓰이는 버튼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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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에 나온 강아지들. 경매장 직원들이 미리 ‘엄선’한 강아지들은 우유상자가 아닌, 환한 조명이 밝혀진 유리 진열장에서 경매를 기다린다. 유리장에 진열된 강아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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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생명이 상품이 되는 순간 이윽고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경매사가 불빛 아래 강아지를 들어 보이며 짧은 브리핑을 시작했다. 사람 손에 치켜들린 강아지는 꼬리를 안으로 바짝 말아 넣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크림 푸들입니다. 암컷입니다. ○○농장이에요, 30만(원)!” 접이식 의자에 앉은 50여명의 구매자들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경매사는 금세 포기했다. “유찰할게요.” 크림 푸들은 순식간에 다시 우유 박스로 들여보내졌다. 익숙한 일인 듯 경매사는 다른 강아지를 집어 올렸다. “크림 색깔입니다. 사이즈 좋고 괜찮은 암컷입니다. 크림 푸들 암컷 30만입니다. 30만 없나요?” 이번에는 경매사가 좀 더 밀어붙였다. “팔아볼까요? 20만입니다. 20만!” 그래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매사는 다시 다른 개를 꺼냈다. 가격도 낮췄다. “이번엔 10만부터 갑니다. 10만 없습니까?" 여전히 반응이 없자 가격이 확 꺾였다. “1만, 네 38번.” ‘38번 구매자’가 10만원에서 시작한 강아지를 1만원에 낚아챘다. 경매는 숨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다음 레드 컬러입니다. 얼굴이 되게 작고 예쁘장합니다. 작은 아이들 원하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30만부터 갑니다. 31, 32… 40, 41… 50(만원), 3번!”
경매사와 보조원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한 강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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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에 그냥 가져가” 강아지가 거래되는 방식은 물건이 사고 팔리는 과정과 똑같았다. 경매사는 농장이 원하는 가격에서 출발해 1만원 단위로 높여가며 가격을 불렀다. 10만, 11만, 12만… 끝없는 읊조림은 이 세계를 굴리는 주문 같았다. 개들의 낙찰 가격은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 적게는 1만~5만원 선에서 정해진다. 경매장은 낙찰가의 5~5.5%의 수수료를 펫숍과 농장으로부터 각각 받는다. 낙찰가의 10~11%를 수수료로 챙기는 셈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면 더 많은 강아지를 팔아야 한다. 7월2일 찾아간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은 유찰을 피하는 상술을 발휘했다.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개를 미리 점찍었다가 다른 개와 ‘1+1세트’로 팔았다.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사가라는 것이었다.
경매에서 낙찰된 강아지들은 종이상자에 담겨 낙찰자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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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 유찰된 비숑프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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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목욕을 하는 이유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강아지들은 목욕과 미용을 당한다. 경매장에는 견주들을 위한 목욕실이 있었다. 목욕하고 미용까지 마치는 비용은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 3천원, 수입견 4천원, 다 자란 개와 고양이 1만원 등이었다. 6월25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는 경매가 진행되는 중에도 다음 차례를 앞둔 개들이 미용을 받으려 줄을 서 있었다. 개수대 앞에 선 미용사가 한 손으로 개를 쥐고 한 손으로 비누칠을 했다. 목욕을 끝낸 강아지들은 가로세로 약 70cm 정도 되는 상자 모양의 드라이룸에서 단체로 몸을 말렸다.
경매장 한쪽에선 경매를 앞둔 강아지들의 미용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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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더 어린 강아지…비극의 시작 현장에서 만난 농장주와 경매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강아지들의 대부분은 생후 40~50일령이었다. 작고 어린 개를 선호하는 국내 구매자들의 입맛에 맞춰 더 좋은 가격을 받으려면,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동물보호법상 농장주와 경매업자 등 동물판매업자는 2개월 미만의 개·고양이를 판매, 알선 또는 중개해서는 안 된다. 어미로부터 일찍 떨어진 강아지들은 면역력이 약할 뿐 아니라 사회화도 덜 되어 있다. 어린 강아지를 귀엽다고 구매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약하거나 성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리에 내다 버리는 일의 서막이 경매장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개 660만 마리(농림축산검역본부 2017년 통계) 가운데 수백만 마리가 이런 여정 끝에 우리 곁에 왔을 것이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경매사 손끝에서 흔들리며 가격이 매겨지고, 종이 상자에 담겨 건네지고, ‘품질’을 확인받고, 간신히 반품을 면해 유리장에 진열되다 가족과 이름을 얻은 개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어미로부터 일찍 떨어진 강아지들은 면역력이 약할 뿐 아니라 사회화도 덜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강아지들을 ‘몸이 약하고 성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리에 내다 버린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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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하루 두 스푼, 펫숍 강아지의 목숨 건 기다림
4회: ‘상근이’들은 왜 유기견이 되었나…수요·공급의 비극
5회: 번식의 굴레…어미 개는 새끼 귀를 물어뜯었다
6회: “강아지들 상할까봐”…그들도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7회: 사지도 팔지도 버리지도 않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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