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4 17:23
수정 : 2019.11.2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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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유상철 감독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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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상철 감독 췌장암 밝힌 뒤 첫 경기
팬들 “기적은 반드시 이뤄진다”
상대팀·심판들도 투병 응원
“선수 때도 힘들었지만 성장…
완치해 저같은 분들께 희망줄 것”
경기는 인천이 상주에 2-0 승리
30일 K리그1 잔류 ‘마지막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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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유상철 감독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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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분 터진 결승골. 초조하게 지켜보던 유상철 감독은 양팔을 벌려 코치진을 껴안으며 환하게 웃었고, 팬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응원하는 물결로 가득찼다. 팬들은 “기적은 반드시 이뤄진다”며 유상철의 이름을 외쳤고, 원정팀 상주 상무의 팬들도 동참했다.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단과 심판진, 관중은 30초간 기립박수로 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영웅,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벨기에전 동점골의 주인공, 축구대표팀의 멀티 플레이어 등으로 활약하면서 선수시절 숱한 명장면을 만든 유상철 감독. 그가 췌장암 4기의 병환에도 빗속에서 선수단을 지휘하는 모습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불굴의 의지였다.
선수들도 극적인 승리로 기대에 화답했다. 교체투입된 문창진과 케힌데는 후반 30분, 43분 철벽의 상주 상무 수비벽을 뚫었다.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돌아온 무고사도 여독에 아랑곳 하지 않았고, 선수단 전체의 투혼이 2-0 승리를 합작했다.
인천은 7승12무18패(승점 33) 10위로 이날 성남FC를 2-1로 제압한 11위 경남FC(승점 32)의 추격을 받고 있다.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7)는 이날 수원 삼성전 패배로 2부 탈락이 확정됐다. 인천은 아직 강등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생존왕’ 근성을 과시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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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인천 팬들이 췌장암 판정을 받은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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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에게 이날 승리는 여러 의미가 있다. 5월 인천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안방에서 첫 승리를 해내 부담을 털어냈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여서 팬들의 감동은 더 컸다. 이날 문창진의 골이 터졌는데도 케힌데를 투입해 더 공격적으로 나선 유 감독의 용병술도 더 빛났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 에스엔에스를 통해 처음으로 췌장암 4기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은 두 경기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 서서 지휘했다. 슛 기회가 무산될 땐 감정의 기복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큰 소리를 치기보다는 코치를 통해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창진의 결승골이 터질 땐 격하게 기뻐했다.
유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제 성격에 앉아서는 못본다. 이 정도 비는 충분히 맞을 만했다. 선수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안방 승리로 응원해준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했다”고 밝혔다. 또 “선수 때도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성장해왔다. 포기하지 않겠다. 같은 처지인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완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30일 창원에서 경남과 시즌 마지막 38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경남 역시 강등권 탈출을 위해서는 인천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사활을 건 싸움이 예상된다. 유 감독은 “마지막 경남과의 경기에서도 베스트 자원을 총동원해서 잔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에서 유 감독의 결의가 느껴진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24일 K리그1 전적
인천 2-0 상주, 성남 1-2 경남, 제주 2-4 수원
23일 K리그1 전적
울산 1-1 전북, 서울 0-3 포항, 강원 2-4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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