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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3 21:17 수정 : 2019.06.03 21:18

이정은이 3일 오전(한국시각) 제74회 미국골프협회(USGA)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제74회 US여자오픈골프 역전우승

가정형편 탓 세미프로 꿈꿨지만
몸 불편한 아버지 ‘뒷바라지 헌신’
2년 연속 한국 투어 최고봉 ‘두각’

부모님 걱정에 망설였던 미국 무대
진출 5개월만에 세계 주목 스타로
“이제까지 골프한게 떠올라…” 눈물
한국선수 ‘10번째 우승컵’ 주인공

이정은이 3일 오전(한국시각) 제74회 미국골프협회(USGA)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불편한 몸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한 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일까?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지금까지 우승한 어느 대회보다 느낌이 다르다. 이제까지 골프 한 게 생각이 나서….”

아버지 이정호(55)씨는 이정은이 네살 때, 덤프트럭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 뒤 이정은은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전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를 돌며 2017년과 2018년 잇따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이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서는 불과 5개월 만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의 감격을 일궜다.

딸의 우승을 한국에서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보던 아버지 이씨와 어머니 주은진(49)씨는 딸과의 전화통화에서 “장하다! 우리 딸”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정은이 지난 1월3일 한국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진출을 선언한 뒤 휠체어를 탄 아버지(이정호), 어머니(주은진)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3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535야드)에서 열린 미국골프협회(USGA) 제74회 유에스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에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로는 통산 10번째 정상에 오른 이정은에게는 이런 남다른 사연이 있다.

유에스오픈은 한국 선수들과 특별히 인연이 많다. 특히 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선 신인이던 ‘남달라’ 박성현이 우승하고, 10대 아마추어 최혜진이 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 8명이 톱10에 들어 ‘한국여자오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비록 지난해에는 에리야 쭈타누깐(타이)이 김효주와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이번에도 주인공은 다시 코리안이었다.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 국적의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한국인 개척자인 박세리(1998년)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에 이어 이정은이 9번째다. 미국 국적의 미셸 위(2104년)까지 포함하면 10번째다. 유독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강한 이유는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받은 훈련, 그리고 한국 여성 특유의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 때문이다.

이정은이 제74회 유에스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안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이정은은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 등 전관왕에 오른 데 이어 2018년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미국 투어에 가기를 망설였다. 지난해 11월 경험 삼아 도전해본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8라운드 144홀을 도는 지옥의 레이스에서 수석합격(최종합계 18언더파)의 영예를 안고 2019년 미국 투어 시드권을 확보했지만 부모 걱정이 앞섰다. 장애인 아버지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정은은 부모의 동의와 스폰서의 적극 지지를 얻어 용기를 냈고, 지난 1월3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시 “국내 투어에서도 1승 없이 신인상(2016년)을 탔다. 몇승을 목표로 하지 않겠다”면서도 ‘어느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지난해까지 두번이나 참가해 친숙한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 바람은 미국 투어 진출 5개월 만에, 그리고 9개 대회 출전 만에 보란 듯 이뤄졌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정은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3년간 골프를 배우다가 그만뒀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고려한 그는 “순천에 여성 티칭프로가 없으니 세미프로가 되면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그 뒤 고2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여자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고 권위의 유에스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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