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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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28.CJ·사진) 그는 분명 한때 대한민국 ‘국민 골퍼’였다. 외환위기에 신음하던 국민에게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며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다. 외신은 그를 ‘스윙머신’이라 부르며 그의 샷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지난해부터 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는 박세리의 슬럼프는 최근 한 라운드 9오버파라는 최악의 점수를 내며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데뷔 이후 메이저 대회 4승을 포함, 통산 22승을 올리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예약해 놓은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한 슬럼프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그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그의 웃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그를 살리는 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여자골프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아니카 소렌스탐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타이거 우즈 역시 최근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데 16개월이 걸렸다. 한달간 경기를 포기하며 슬럼프 탈출을 시도한다던 박세리는 ‘성급하게도’ 3주만에 대회에서 복귀했고, 9오버파의 오명을 쓰고 말았다. 주변에서는 6일부터 열리는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로서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한다. 그런 기다릴 줄 모르는 성급함과 조급증이 그를 더욱 깊이 깊이 슬럼프의 수렁에 몰아 놓고 있다는 진단이다. “드라이버를 치러 올라가면 어디로 쳐야할 지 모르겠어요. 머리가 하얗게 비어가는 것 같아요.”(박세리) 최근 정신치료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기도 한 박세리의 재기를 위해선 주변에서 새로운 목표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는 진단도 있다.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이름을 단 공익 재단을 준비하고 있고, 소렌스탐은 중국에 건설되는 골프장을 설계하며 은퇴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천천히 슬럼프에서 벗어나길 바라면 바랄수록, 그는 빨리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골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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