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5 19:15
수정 : 2005.05.15 19:15
“오심 죄송…심판 맘고생 알아줬으면”
“멍한 게 머리카락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김찬익(56)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전화기 너머로 최근의 참담한 속내를 털어놨다. 프로야구가 잇단 오심으로 삐걱거리고 있는 탓이다. 김 위원장은 “신참들도 아닌 베테랑 심판들이 오심을 거듭해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집중력에 뭔가 문제가 있는 같다”며 “팬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13일 삼성-현대 경기에서 오심을 한 임채섭 심판을 14일 낮에 만났습니다. 예전엔 최우수심판상도 받고 조장도 빨리 된 15년 차의 촉망받는 심판인데 안타깝더라고요. 4월26일 잠실 두산-한화전 오심 뒤 팬들의 쏟아지는 비난 탓에 공포심에 시달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젠 겁이 나서 그라운드에 못 설 것 같다고 그만 둬야겠다며 웁디다. 저도 같이 울었지요. 저 역시 현역시절 3만 관중과 양팀 선수단이 모두 아웃으로 본 것을 저만 세이프라고 해 말 못할 고생을 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 임 심판은 연락을 끊고 근무도 빠져 있다. 김 위원장은 “심판들 사이에 ‘오심은 따라 다닌다’는 말이 있다”며 “오심을 할 때는 비교적 일이 적은 외야 선심으로 나가 있어도 눈에 뭐가 씐 듯이 오심을 범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오심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1년에 30~50개 가량 오심이 나고 이 가운데 15개 정도가 불거져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의도적으로 오심을 했다면 당장 죽어야 할 것”이라고 단언한 김 위원장은 “다시 한번 관중 여러분께 죄송하다. 하지만 좋은 심판을 키우는 것은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 것도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금 심판진 전체가 풀이 죽고 긴장해 있어 경기가 없는 월요일 산에 가서 뒤늦은 고사라도 지내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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