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연규(왼쪽), 한화 김인철(오른쪽)
|
프로야구 늦깍이 스타 4인방 “쨍하고 해뜰날 돌아왔단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1970년대 중반 당시 무명가수이던 송대관은 〈해뜰 날〉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일약 인기가수로 발돋움한다. “뛰고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그가 불러대는 이 가사에 좌절과 고난에 빠진 대중들은 희망을 꿈꿨다. 이런 노래를 연상케 하는 ‘늦깎이 스타’들이 프로야구판을 달구고 있다. 롯데의 이용훈, 한화 김인철·지연규, 두산 손시헌 등 4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한화 지연규 - 오뚝이 야구인생 마지막 불꽃 훨훨 올 시즌 한화 마무리 투수로 빛을 발하고 있는 지연규(36·사진)는 ‘무궁화’다. 그의 야구 인생은 피고 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가 어쩌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꽃을 피우고 있다. 지연규는 1987년 천안북일고를 고교 2관왕(봉황대기, 대통령기 우승)으로 이끌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동아대 시절에는 88학번 동기인 한양대의 정민태·구대성과 함께 ‘빅3’으로 불렸다. 91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에이스도 그의 몫이었다. 프로 입단도 화려했다. 92년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8700만원)을 받고 고향팀 빙그레(현 한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97년까지 5년간 그가 받은 성적표는 고작 3승4패. 아마 시절 잦은 등판으로 어깨가 말을 듣지 않았다. 97년 7월에는 어깨수술까지 받았다. ‘먹튀’라는 비아냥이 그를 괴롭혔다. 차라리 그만두자고 마음먹고 98년 그라운드를 떠났다.
대전고 코치를 맡아 이른 나이에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2000년 말 10년이나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한화의 신인 공개테스트에 응시했다. 복귀 첫해 고작 3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을 거듭해 하체를 이용한 투구법을 터득했다. 공에 스피드가 붙었다. 구속이 145㎞를 넘어섰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선발로 25경기나 뛰어 6승을 거뒀다. 그러나 실력은 널을 뛰었다. 지난해에는 중간계투로 나서 4패 3홀드 3세이브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확실히 달라졌다. 김인식 감독은 재활 중인 권준헌 대신 마무리를 맡겼다. 지연규는 20일 현재 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1.29에 4세이브로 구원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지연규에게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화 김인철 - 프로15년차‥ 당당한 주연으로 연습생 출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 두 아이의 아빠…. ‘만년 조연’ 한화 김인철(34·사진)이 프로입문 15년 만에 주연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는 포철공고를 졸업하던 1990년 삼성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원래 유격수였으나 강한 어깨 덕분에 투수로 ‘프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97년까지 15승22패. 한해 평균 2승이 채 안되는 성적표를 받았다. ‘반짝’한 해도 있었다. 92년에는 무려 128이닝을 던져 8승을 거뒀다. 완투승도 한번 있었다. 결국 투수 인생은 99년 팔꿈치 부상으로 끝이 났다. 3년을 쉰 끝에 2000년 타자로 전향했다. 그러나 96타석에서 삼진만 무려 21개. 삼성은 그를 방출했다. 자칫 끝날 뻔한 선수 생명은 2002년 ‘스승’ 우용득 감독을 따라 롯데로 이어졌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아니라 공개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그해 후반기에는 그의 장타력을 높이 산 김성한 감독의 기아에 둥지를 틀었다. 포스트시즌에야 엔트리에 합류한 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엘지 이상훈을 침몰시키는 동점 홈런을 쳤다. ‘이상훈 킬러’라는 별명이 붙으며 조금 더 선수 생활이 연장됐다. 하지만 지난해 겨우 3경기에 출장하며 기아에서도 쫓겨났다. 다시 보따리를 싸들고 한화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운좋게도 주전 이영우의 군 입대와 고동진의 부상으로 외야 한 자리가 비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범경기 타율 0.324로 타격부문 7위에 올랐다. 시즌이 시작되자 고비마다 한방씩 터뜨렸다. 20일 현재 홈런 4개로 공동 2위. 19일 엘지전에서는 두 차례 호수비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시즌 전 “백업 요원으로라도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라던 김인철이 마지막 야구 인생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김동훈 기자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