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성남 국군체육부대 야구장에서 열린 엘지-상무의 프로야구 2군 경기의 심판을 맡은 김성철(왼쪽)김정국(오른쪽) 심판이 이날 주심을 맡은 박근영(가운데) 심판이 보호장구를 입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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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강행군 힘들어도 판정만큼은 빈틈없죠” “잘 지냈나?” 5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장. 김성철(33) 박근영(32) 김정국(26)씨 등 프로야구 2군 심판 3명과 한인희(28) 2군 기록원은 허름한 간이 본부석에서 인사를 나눈다. 이날은 8개 프로구단의 2군팀과 상무 등 9개팀이 각각 76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2군 리그 개막일. 심판들은 3명씩 4조로 월요일을 뺀 주 6일동안 매일 1경기씩 경기에 들어간다. “그저 몸 안다치고 건강하게 마쳐야 할텐데.” 심판들이 보호장구를 몸에 걸치며 내뱉는다. 2군 경기는 모두 오후 1시에 시작한다. 야간경기는 없다. 아무리 야구가 여름 스포츠라지만 4달여의 땡볕 경기는 힘에 부친다. “연속경기가 있는 날은 아침 7시에 나와 오후 5시 정도까지 지열이 후끈하게 올라오는 경기장에 서 있습니다. 집에 가면 온몸에 열이나고 밤새 머리가 윙윙거립니다. 간혹 쓰러지는 사람도 있죠. 올 여름은 100년만에 제일 덥다는데 걱정이네요.” 2군 심판은 봐야할 것도 많다. 1군은 4심제지만 2군은 3심제다. 2루가 빈다. 주자가 나가면 심판들은 바빠진다. 1루에 주자가 나가면 3루심이 2루로 와 주자 움직임을 살피고, 주심이 3루를 함께 보는 식이다. 대기심이 없어서 기브스를 한 채 심판을 보는 일도 있단다.
3심제에다가 한여름도 낮경기‥ 기록원 단 1명 빈자리 없으면 1군 못가‥ “새팀 생겼으면‥” 기록원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단 1명(1군은 2명)이 안타와 홈런, 투구수, 타수 등 수십가지 기록을 챙겨야 한다. 화장실도 못 간다. 속이라도 불편한 날이면 벌이 따로 없다. “한 여름엔 땀이 나서 기록지가 팔뚝에 쩍쩍 달라붙어요. 2군 구장은 본부석에 유리창도 없어 비바람 불면 기록지가 젖어 날아가기도 하죠.” 어렵지만 보람이 없을리 없다. 김성철 심판은 “병살, 도루처럼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딱 떨어지게 정리하면 뿌듯하다”며 “선수보다 더 오래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한 기록원도 “2군에서 오래 본 선수가 1군에서 잘하면 괜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걱정이다. 심판이나 기록원이나 경력이 많이 쌓여도 빈자리가 없으면 1군에 올라갈 수 없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초조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들의 바람은 같다. “프로야구가 더 열심히 홍보하고 경기수준도 올려서 인기를 더 얻어야죠. 그래야 팀도 더 생기고, 우리도 힘이 나죠.” 설익은 새내기들…2군 ‘진기명기’
프로야구 2군 무대는 대부분 신인들의 실전훈련장이다. 심판들은 “아직 설익은 2군의 특성 탓에 종종 1군에선 볼 수 없는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 “이게 농구냐?” “2003년 두산의 한 신인 포수가 파울선 밖으로 나간 땅볼 번트 타구를 잡아서 1루로 던졌어요. 파울이라 가만히 있었더니 왜 아웃을 안 주냐고 항의하데요. ‘공은 나갔지만 내 몸은 페어지역 안에 있지 않았느냐’는 거에요. 할 말 있습니까?” ◇ 보크는 어려워 “야구 규칙상 심판이 투수 보크를 선언해도 경기가 곧바로 중단되지 않습니다. 타자가 그 공을 치면 인플레이 상황이 돼요. 하지만 규칙에 어두운 2군 경기에서는 수비들이 그저 넋놓고 있다가 주자가 홈까지 밟게 내버려 두곤해요. 안타깝지만 할 수 없죠.” 성남/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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