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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7:09 수정 : 2005.03.17 17:09

프로 스포츠에는 ‘2년생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상인데 프로야구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2003년 현대투수 이동학은 8승3패를 거둬 최우수신인상을 거머쥐었으나 지난해에는 1패(평균 자책 11.12)만을 기록했다. 2001년 한화 김태균은 타율 0.335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신인상을 탔다. 다음해는 타율이 0.255로 뚝 떨어졌다. 다시 2003년과 2004년에는 3할대 타율을 유지했고, 올해는 4번타자의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조용준(현대)은 2002년 9승5패28세이브로 신인왕과 구원왕을 차지한 뒤 이듬해에도 2승7패26세이브를 기록했다. 1999년 신인왕 이승호(에스케이) 역시 10승12패9세이브에서 다음해 14승14패2세이브를 기록했다. 2년생 징크스가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사례이다.

그럼에도 유독 2년생 징크스가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상대팀 선수들이 신인이라고 방심하다가 다음해에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잔 부상을 당하거나 자만에 빠져 연습을 게을리 하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감독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2년생 징크스의 영향을 받는다. 2003년 첫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에스케이 감독은 전년도 6위에 불과했던 팀을 당당히 2위를 올려놓는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위로 내려앉았다. 승부사인 김재박 감독도 96년 현대 창단과 함께 부임해 7위 팀을 2위까지 끌어올렸지만 97년에는 6위로 추락했다. 김인식 감독(현 한화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95년 OB(현 두산)를 맡아 7위에서 일약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이듬해에는 꼴찌로 떨어졌다. 한국시리즈를 10번이나 제패한 명장 김응용 감독(현 삼성구단 사장)도 83년 우승 이후 84년 5위에 그쳤다. 2년생 징크스는 데뷔 첫해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나 감독에게 더욱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40대 신인 감독들을 대거 배출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 이순철 엘지 감독, 양상문 롯데 감독 등이 그들이다. 2년생 징크스의 단순 논리로 보면 팀이 6위를 기록한 이순철 감독과 8위의 양상문 감독보다 7위 팀을 3위까지 끌어올린 김경문 감독이 가장 불리하다.

그러나 징크스는 수험생이 시험 전에 미역국을 기피하듯이 일종의 미신이다. 기량과 마음가짐만 변함이 없다면 2년생 징크스는 피해갈 수 있다. 2년생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찬영 기자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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