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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7:44 수정 : 2005.02.17 17:44

이찬영 기자의 야구속으로

미국 프로야구계가 약물 복용 폭로로 시끌시끌하다. 통산 462홈런을 기록한 호세 칸세코의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가 그 불씨이다. 그는 이 책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를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사프로그램 <60분>에도 나와 “스테로이드는 평범한 사람을 엄청난 선수로 만들고, 엄청난 선수는 위대하고 전설적인 선수로 만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위업’을 송두리째 부정할 만한 얘기다. 양심의 가책 따윈 느낄 수 없는 그의 언행이 거부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좀더 나은 성적을 올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야구 현실에서 약물 복용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약물 복용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적은 거의 없다. 또 역도와 육상 단거리 종목과 달리 야구는 힘 이외에도 유연성과 선구안, 타이밍 등의 중요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약물 효과가 그다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도 최근 체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코치 시절 투수들에게 공 3000개 던지기 훈련을 시켜 지난 시즌 큰 효과를 봤다. 올해도 투수들을 강훈련시키고 있다. 엘지 이순철 감독 역시 2000개 공 뿌리기를 비롯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다. 삼성의 전지훈련지에서는 후배 선수들이 거포 심정수를 본받아 체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해 부진했던 이승엽(29·롯데 지바 머린스)도 올해 시즌을 앞두고 체력훈련에만 몰두했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병역비리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다. 많은 선수들이 연루된 부정 자체도 문제였지만, 병역비리에 대한 선수들의 만연한 도덕 불감증이 더욱 큰 문제였다.

우리 야구계에는 아직 발생 사례가 없다고 해서 선수들의 약물 복용에 대해 그저 손놓고 있을 때는 아닌 듯싶다.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영양제를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영양제와 금지약물의 차이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마련해두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칸세코도 지적했듯이 선수들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거악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악을 저지르는 데서 싹 트기 마련이다.

이찬영 기자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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