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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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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최철한과 국수전
패하면 22년만에 ‘무관’ 전락
“바닥 쳐 반등만 남아” 분석도
위기다.
‘국보’ 이창호(36) 9단이 바둑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만났다. 12일 시작되는 국내 최고 전통의 54기 국수전 타이틀 방어전이 그것이다. 도전자 최철한(26) 9단과의 5번기에서 이기면 재발진의 계기를 잡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진다면 악몽이다. 1989년 케이비에스(KBS)바둑왕전 타이틀 획득 이후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한다. 바둑왕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 예선전에서 탈락해 2월이면 내놓기 때문이다. 1월 랭킹 7위가 더 떨어진다면 주요 대회 시드도 받지 못한다. 과연 절체절명의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최철한과의 악연 이창호는 최철한과의 통산전적에서 26승24패로 앞선다. 그러나 타이틀이 걸린 주요 대국에서는 2승5패로 뒤지고 있다. 2009년 40만달러(4억6000여만원)가 걸린 응씨배 결승에서 진 것은 뼈아팠다.
아픈 기억은 또 있다. 7년 전인 2004년 47기 국수전에서 최철한 도전자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다. 당시까지 이세돌을 제외한 후배 기사한테는 번기 승부에서 진 적이 없었던 이창호의 충격은 컸다.
반면 최철한은 이창호를 이기면서 상승세를 탔다. 이세돌과 함께 이창호의 절대왕국 일부를 무너뜨리면서, 촉망받던 유망주에서 일류기사의 대열로 급부상했다. 이창호로서는 이래저래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상대다.
■ 바닥은 반등을 예고하나 초일류는 벼랑 끝에서 강하다고 한다. 조치훈 9단은 2~3패를 당한 뒤 3연승이나 4연승의 뒷심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창호는 ‘바닥까지 쳤다’는 절박감이 강하다. 이런 조건은 대국 자세의 긴장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등 큰 대국에서는 힘을 드러냈다. 결혼해 이제 바둑에만 전념하게 될 여건이 만들어졌다. 더욱이 국수전은 속기전이 아니라 제한시간 3시간을 고수한 정통기전이다. 이창호로서는 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 김만수 7단은 “이창호 국수가 초반에 시간을 많이 써 중후반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초반에 대비한 수를 충실히 준비해 중후반에 시간을 남긴다면 최철한의 흔들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년 동안 국내외 최정상을 지켜온 이창호는 140개의 타이틀을 보유해 세계 1위인 조훈현 9단의 158개를 뒤쫓고 있다. 국내 최다타이틀 기록을 위해서는 최소 6년 동안 이창호가 해마다 2~3개 이상은 따내야 한다. 조훈현의 최다승(1838승9무766패) 기록과 최다대국(2613국)도 이창호(1538승494패·2032국)의 사정권 안에 있다.
이창호는 세계타이틀(23개·비공식 2개 포함)에서는 이미 조훈현을 추월했다. 지난해 상금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창호가 한국 바둑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한국기원 기전팀의 정동환 차장은 “30대 중반은 노장이 아니라 좀더 완숙한 경지에서 바둑을 둔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선별적으로 기전에 참가하거나 국제기전 위주로 전념하는 것도 선택과 집중을 위해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버티는 정동기…그 뒤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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