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05 19:18
수정 : 2010.10.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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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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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현재 56승7패로 88.89%…이창호도 넘지 못한 마의 벽
“기재+정신+체력 3박자 균형, 자기관리 성숙…기대해볼만”
누구도 넘보지 못한 ‘승률 90%’ 도전
“이거 도저히 질 수가 없는 바둑인데 뒤집어졌네요.”
지난달 28일 올레(olleh) KT배 8강전 이세돌 9단과 한웅규 3단의 대국. 해설자 김성룡 9단은 “1%의 가능성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돌이키기 힘든 바둑을 마무리에서 한집 한집 따라붙은 이세돌의 3집반승이었다. 이세돌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복귀 뒤 7월 후지쓰배 결승전 패배로 주춤했지만, 다시 일어서 4일 현재 56승7패(승률 88.89%)로 ‘마의 승률’인 90%에 육박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랭킹 1위로서의 무게감도 커지고 있다.
■ 대표팀서도 가장 열심히 양재호 아시아경기대회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세돌 사범이 이창호, 최철한 9단과 함께 대표팀 공동연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복기할 때도 열심히 많은 얘기를 한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바둑이 개인종목이고, 일정한 틀에 구속받기 싫어하는 이세돌 9단의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다. 금메달을 목표로 설정한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는 집요함으로 읽힌다. 이세돌 9단은 대표팀 공동연구뿐 아니라 자기 공부량을 늘려가면서 기반을 더욱 다지고 있다. 김만수 7단은 “기재와 정신, 체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자기 관리가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대국에서의 강약조절 이세돌의 기풍은 철저한 전투바둑이다. 하지만 마냥 싸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열렸던 제6기 물가정보배 결승 2국 이창호 9단과의 대결. 이세돌 9단은 마치 전성기의 이창호를 연상시키는 견고하고 튼실한 바둑을 보여주며 2-0 완승을 거뒀다. 이세돌은 최근 2~3년 동안 국내랭킹 1위였지만 ‘국보’ 이창호 9단 앞에선 작아졌다. 하지만 물가정보배를 계기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휴직 파문으로 모두 잃었던 국내 타이틀 접수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양재호 대표팀 감독은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좀더 자유롭게 두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 기록 행진 이어질까 지난해 휴직 직전까지의 성적이 19승18패였던 이세돌이 올해 얼마나 승률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바둑 역대 최고의 승률은 이창호 9단이 1988년 세운 75승10패(승률 88.24%)다. 김인 9단이 1961년 20승2패(승률 90.91%)로 승률 90%를 넘은 적이 있지만, 연간 36회 기본대국수를 못 채워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 바둑리그 신안천일염의 주장인 이세돌은 리그와 국내 대회 등 앞으로 적지 않은 대국을 앞두고 있다. 어렵지만 이론적으로 90%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세돌은 휴직기간에 대해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온 시간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층 성숙한 자기관리 능력과 특유의 독심이 발휘된다면 새로운 기록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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