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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19)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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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가대표 이슬아를 만나다
아시안게임 단체·페어 출전 유력“금메달 목표” 무더위에도 맹훈련
‘여자 이세돌’ 별명…노림수 탁월 눈빛이 형형해 바둑판이 확 타버릴 것 같다. “안광이 강하다”라고 하자, “좋아서 쳐다보는데, ‘왜 화내냐?’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해요”라고 한다.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난 2010 아시아경기대회 바둑 여자 국가대표의 막내 이슬아(19·사진) 초단. ‘여자 이세돌’이라는 별칭이 허투루 붙여진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그의 첫인상은 강했다. 2007년 입단한 이슬아가 올여름 떴다. 본격 데뷔한 2008년 중국에서 열린 1회 월드마인드스포츠 한국 대표 등으로 ‘반짝’했다가 침묵한 뒤, 최근 4명의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급부상했다. 대표팀 간판 조혜연 8단이 종교적인 이유로 일요일 대국을 하지 않아 일요일에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페어(남녀혼성)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단체·페어전 출전이 유망한 이슬아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이슬아 바둑은 특유의 자신감과 당돌함이 결합돼 있다. 10년 동안 이슬아를 가르쳐온 허장회 9단은 “전투력이 좋고 노림수가 매섭다. 이론보다는 훨씬 실전적이다. 정석보다는 자기류가 강해 발전성이 크다”고 평했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공부할 땐 열심이지만 한번 사라지면 며칠이고 나타나지 않는 것은 독특한 성격의 일면이다. 강압적으로 하면 튕겨나간다. 스스로 “이세돌 사범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는데, 둘 다 ‘쎈돌’이고 ‘괴팍해서’ 닮았다. 이슬아는 “뭘 해내야 하겠다면 100% 올인하고, 그러면 집중하고 독해진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표팀 상비군에서 61판 대국을 벌여 42승19패(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최근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중국·9.11~14) 한국 대표로도 뽑혀 바짝 상승세를 탔다. 그는 “입단 뒤 최근 몇개월새 가장 많이 공부한 것 같다. 상비군 초빙강사인 박영훈 9단 등 남자 복기사범들의 도움으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금메달을 다툴 중국 기사와의 싸움에서도 ‘한방’을 날려야 한다. 윤성현 여자대표팀 코치는 “재능이 있고 수를 빨리 보는 등 속기에 강하기 때문에 제한시간 1시간인 아시아경기대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프로 기사는 저마다 승부욕을 자랑하지만 이슬아는 별나다. “바둑에 지면 보이는 게 없다. 자고 나도 악몽 같은 게 따라온다.” 이런 승부욕이 공부와 더해지면서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 그는 “적어도 내 상대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누구라도 100%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 확신을 위해 삼복더위에도 실전훈련에 푹 빠졌다. ‘바둑계의 미녀’ 이슬아는 “하루 두 판 이상을 두고, 복기훈련까지 하면서 걸렀던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게 돼 몸무게가 5
이슬아의 통산전적은 10일 현재 115전 58승57패, 승률 50.43%로 높지 않다. 그러나 ‘2년차 징크스’ 시기도 넘겼고, 아시아경기대회 등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여류바둑의 루이나이웨이 9단-박지은 9단-조혜연 8단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주역으로 꼽혀 기대는 높다. 그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새바람을 몰고올지, 바둑계의 시선이 쏠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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