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안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씨(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8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꺾은 뒤 복기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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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정보배 5연승에
비씨카드배 4강 올라
무서운 집중력으로
6개월 휴직공백 날려
‘난전의 왕’부터 ‘깡패바둑’까지. 천재 기사 이세돌 9단을 부르는 말은 여럿이다. 대개 누구도 예상 못하는 독특한 발상이나 허를 찌르는 기막힌 수, 싸움을 꾸리는 작전의 대가라는 뜻과 관련이 있다. 어려운 바둑을 무리할 정도의 반발로 뒤집거나, 치밀한 수읽기로 상대를 녹다운시킬 땐 깡패가 따로 없다. 6개월 휴직 공백 뒤 복귀한 올해는 ‘나 살아 있어’를 알리는 집념이 무섭다. 23일까지 국내외 대회 9연승 무패 질주다. ■ 비씨카드배 정상을 노린다 이세돌의 눈은 비씨(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정상에 쏠려 있다. 한국 간판기사로 세계대회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 복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없다. 이세돌은 1월16일 비씨카드 본선 64강에서 연구생 이주형을 물리친 이후 홍성지 7단과의 32강전, 중국랭킹 1위 쿵제 9단과의 16강전, 박영훈 9단과의 8강전에서 연승을 달리며 4강에 올랐다. 결승 진출을 다툴 상대는 김기용 5단. 역대 맞전적은 4전4승으로 이세돌이 절대 우위다. 만약 결승에 오른다면 박정환 7단-창하오 9단 승자와 맞붙게 된다. 전문가들은 4강전이나 결승전에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세돌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 국내대회서도 무패행진 이세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프로대회에서 시드를 받았다. 그러나 휴직 뒤 원점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예선을 거쳐야 한다. 이세돌은 6회 한국물가정보배 예선에서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첫 상대인 김효정 2단을 비롯해, 박지훈 5단, 전영규 4단, 조혜연 8단, 윤준상 7단까지 5연승으로 제치며 본선 16강에 안착했다. 22일 윤준상과의 대결은 제한시간 10분의 초속기 대국이었지만, 초반 포석에 10분을 다 쓰는 등 매우 신중하게 바둑을 이끌고 나갔다. ■ 집념인가, 저력인가? 이세돌 9단은 비씨카드배 4강까지 매 경기 위기를 탈출하며 역전극을 선보였다. 64강 아마추어와의 대결에서도 고전을 극복했다. 16강 쿵제와의 대국은 초반 대마가 잡혀 관전자들은 이기기 힘든 경기로 치부했다. 그러나 초절정 흔들기로 상대를 겁박하면서 판을 뒤집었다. 김만수 7단은 “실력 자체로 완승을 보여주기보다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전을 일군 경우가 많다”며 “무리하게 느껴지는 수가 워낙 강력해 상대 기사가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목표를 설정하면 누구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세돌의 힘이다. 이세돌은 4월3일 비씨카드배 4강전을 벌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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