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세돌 9단(왼쪽)과 중국의 구리 9단이 29일 남방장성 누각에서 바둑을 두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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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고성배’ 우승 이세돌 9단
2개월 공백에도 중국 구리 꺾어
361명 무동 ‘인간바둑판’ 장관 고색창연한 옛성의 누각에서 두 기사가 바둑을 두고, 광장 바둑판에는 흑백의 돌로 분장한 무동(武童)들이 자리를 잡는다. 신선의 비경처럼 아득한 곳에서 이뤄지는 착점 하나하나는 무선을 타고 광장에 전달되고, 소림사에서 온 어린이들은 뙤약볕 아래 제자리를 찾아가 가부좌를 튼다. 바둑의 표현 양식을 극단으로 끌고간 대형 퍼포먼스에는 인생의 고즈넉함과 고단함이 대조적으로 드러나 더 인상적이었다. 29일 낮(현지시각) 중국 후난성 펑황(봉황)현 남방장성에서 열린 2009 봉황고성배 세계바둑 정상 대결에서 백을 쥔 한국의 이세돌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을 상대로 330수 만에 5집반 승을 거뒀다. 상금 5만달러(6000만여원). 한국은 2003년 시작해 4차례 열린 대회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 1위 이세돌 9단은 중국 1위 구리와 맞대결에서 10승9패로 앞서가게 됐다. 2007년 뤄시허 9단에 졌던 이세돌은 “재미있게 두고 싶었다. 적극적으로 행마를 하다 보니 굉장히 어려운 바둑이 됐지만 구리 9단이 봐줘서 이긴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펑황고성여행유한책임공사, 베이징천하봉황문화전파유한공사가 주최하는 봉황고성배는 한-중 최강자 단판대결 이벤트로 각자 60분을 주는 속기전이다. 주최 쪽은 관광지 장자제(장가계)로부터 200여㎞ 떨어진 펑황을 알리기 위해 바둑 대회를 조직했다. 펑황 도심에는 시내를 관통하는 타강의 양안에 명나라 때의 고성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회장인 남방장성은 펑황 시내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는 산성이다. 명나라 때 먀오족(묘족)과 투자족(토가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철의 요새다. 험준한 산 위에 가파르게 축성된 장성 곳곳은 먀오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행렬들로 가득 찼고, 절벽 위에도 바둑판을 보기 위해 관중이 모이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361명의 소림사 무동들은 바둑판의 좌표를 찾아갈 때 쌍절곤, 막대창, 칼, 채찍 등을 이용한 무예를 선보이며 이동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때문에 주최 쪽은 무동들을 교대시키거나 바둑판 위에서 운동을 시켜 열사병 등의 사고에 대비했다. 2개월 동안의 휴직 공백에도 이세돌이 승리하자 중국 쪽은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신화닷컴’ 왕량 기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수준 높은 대결을 펼쳤다. 앞으로 한-중 바둑교류가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대회는 2011년 열린다.
펑황(후난성)/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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