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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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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돌아온 ‘올인’ 실제 주인공 차민수 4단
‘포커황제’ 차민수(58·사진)씨가 바둑으로 돌아왔다. 급수 4단의 실력자인 차씨는 지난해부터 바둑대회에 적극 출전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한국바둑리그의 한게임팀 감독도 맡았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으로 이름난 차 4단을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카지노산업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바둑계로 완전 귀환인지가 궁금해 물었다. 그는 빙그레 웃더니 “그렇지 않다. 포커 플레이어는 여전히 나의 직업이다. 올해도 7~8월 두 달간은 라스베가스에 갈 것이다. 직업인데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최근 잦은 출전, 바둑팀 감독도 맡아묘한 ‘도’의 세계…“승단 만만찮네요” 그럼 왜 국내 바둑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것일까? 그는 다시 웃더니 “승단하고 싶다. 동기나 후배들도 9단이 많다. 꼭 9단이 아니더라도 승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승단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보통 전 기사들이 참가하는 각 바둑대회의 첫 판 성적이 기준이 된다. 그는 “14번쯤 첫 판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거 참 쉽지가 않다”고 엄살을 부렸다. 포커에서 최고 경지에 이른 차 4단은 1989년과 90년 두 차례 후지쯔배 8강까지 올랐다. 바둑과 포커는 전혀 다른데 어떻게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그는 “포커판에서 큰 승부를 많이하면서 호흡을 잃지 않은 게 도움이 됐다. 바둑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이 있어야 더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또 포커든 바둑이든 최고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고 했다. 졌을 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는 “패배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마음을 잘 닦아야 한다. 내일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빼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체력은 기본이다. 그는 “담배와 술은 일절 안한다”고 했다. 연기 자욱한 포커 테이블은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란다. 수영이나 달리기, 스트레칭을 매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직으로 깎아지른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며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기도 한다. 짖꿎은 질문일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 떠나지 않는 것을 물었다. 바둑과 포커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그는 “포커도 바둑만큼 어렵고, 공부의 양도 바둑만큼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바둑을 더 좋아한다. 상업적으로 따지기 어려운 도(道)의 세계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근 한국리그 불참 선언 등 바둑계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이세돌 9단에게도 따뜻한 충고를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9단의 재주를 아낀다. 그러나 바둑은 실력뿐 아니라 예의도 중요하다. 일본의 린하이펑 9단이나 이창호 9단, 김인 9단은 기재뿐 아니라 인품도 갖췄기 때문에 추앙을 받고 오랜 시간 정상을 구가하는 것이다. 바둑은 혼자 두는 게 아니다”고 했다.
카드 하나로 전성기 때는 한 해 400만 달러까지 벌었던 차민수 4단. 2007년부터 한국카지노산업연구소를 열었고, 광운대 경영대학원에서 카지노 관련 강의도 한다. 표정의 변화가 없다는 ‘포커 페이스’를 염두에 두었지만, 그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털털했다. 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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