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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5 18:30 수정 : 2009.05.05 18:30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중국의 일인자 구리 9단이 비씨카드배로 세계대회 5관왕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에서 구리 이외의 타이틀 보유자는 삼성화재배의 이세돌 9단과 응씨배의 최철한 9단뿐이다. 성적으로 보면 단연 구리가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최근 1~2년의 성과로, 한국 바둑계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한국랭킹 1위 세돌이 형은 엘지(LG)배 결승에서 구리에게 당한 패배를 곱씹으며 설욕을 준비하고 있다. 철한이와 이창호 9단, 박영훈 9단 등의 상위 랭커들은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다.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어린 신예 강자들 또한 부지기수다.

샛별들의 선봉장은 단연 강동윤 9단이다. 어릴 때부터 유망주 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온 그의 나이는 이제 20살. 16살에 국내 신예 타이틀을 휩쓸었고, 18살에는 결승에서 이창호 사범을 물리치고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올 초 세돌이 형을 3 대 2로 꺾고 천원 타이틀을 차지했다. 실리에 민감하며 타개가 강하다. 작년 월드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구리를 꺾을 때도, 올해 후지쓰배 16강에서 일본의 희망 이야마 8단을 꺾을 때도 ‘선 실리, 후 타개’로 승리를 거뒀다. 4월 한국랭킹 2위. 6월에 벌어지는 후지쓰배 세계대회 8강에서 중국랭킹 5위 박문요 5단과 일전을 벌인다.

강동윤과 항상 함께 거론되던 동갑내기 라이벌 김지석 5단도 있다. 예전에 세돌이 형은 지석이의 바둑을 마음에 들어했고, 연구실에 나올 때면 항상 지석이와 연습대국을 했다. 지난해 월드마인드스포츠 남자 단체전에 출전해 야마시타 게이코 9단, 박문요 5단 등을 꺾고 한국이 남자단체 금메달을 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부분적인 수읽기는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1~2위를 다투며, 바둑이 불리할 때 버티는 힘이 대단하다. 2년 연속 엘지배 세계대회 통합예선을 통과한 지석이는 5월 본선에서 세계의 강호들에게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2006년 한 바둑사이트에서 프로기사 106명을 대상으로 ‘이창호, 이세돌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망주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설문조사 결과 1위는 박정환 6단이었다. 16살의 정환이는 13살에 프로에 입문하여 14살에 비공식 기전인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 초에는 원익배 십단전에서 이창호 사범과 백홍석 6단을 이기고 공식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수읽기가 강하고 형세의 유불리를 떠나 강수를 구사하는 기풍이다. 이들 이외에도 강유택 2단, 김승재 2단 등이 매우 강해질 것 같은 느낌의 신예들이다.


한국의 신예 기사들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상처 받은 한국 바둑의 명예 회복과 관련이 있다. 이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고속성장을 이루어 중국, 일본의 일류기사들을 물리치고 세계기전을 누비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 많은 바둑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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