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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20:48 수정 : 2019.12.19 02:09

메모리게임을 하다가 신이 난 이아무개(5) 어린이. 사진 이정연 기자

헐~

메모리게임을 하다가 신이 난 이아무개(5) 어린이. 사진 이정연 기자

아련한 이름이다. 메모리 게임. 기억 게임이라니. 어딘가에 남은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여름 강원도 고성 해변에서의 망중한, 고양이와 함께 따뜻한 가을볕을 쬐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러나 오해다. 메모리 게임은 기억 게임이 아니라 기억력 게임이다.

이 게임을 알려주신 이아무개(5) 선생님은 “이거 하고 이거 하고 같잖아. 그냥 그거 찾으면 돼”라고 또박또박 설명하신다. 이 선생님은 조카다. 그러니까 같은 그림의 카드를 찾으면 된다. 물론 그림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놓고 말이다. 맨 처음 시작할 때 수십장의 카드를 그림이 보이지 않게 펼쳐 놓고, 참가자들이 한 번씩 뒤집으며 카드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억해 뒀다가 같은 그림 카드를 찾는 게임이다. 이 선생님이 호기롭게 게임 시작을 알리실 때만 해도 ‘그래 봤자, 네가 5살인데 내가 더 잘하지 않겠어? 좀 봐주면서 해야겠네’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가족 모임 때 기억(력) 게임판이 벌어졌다. 그림의 주제는 ‘겨울 왕국’. 엘사와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프 등이 그려진 카드가 자그마치 72장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카와 어머니가 뒤집는 카드들의 위치를 기억해 두려고 애썼다. 집중 또 집중. 그런데 몇 차례 지나지 않아, 이 선생님이 들썩이셨다. “요기! 그리고 요기!”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한껏 소리쳤다. 당연히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경쟁심이 일었다. 아니, 대체 나도 똑같이 보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차례가 거듭할수록 내 실력(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동시에 싱그러운 조카의 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걸 어떻게 다 기억하는 거야?!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엘사’ 카드를 더 갖고 싶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조카 자랑이 맞다. 조카 바보가 이렇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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