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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2 20:41 수정 : 2016.01.13 09:41

심리학자 아들러는 육아의 주된 목표로 공동체 감각 육성을 제시했다. 또 그는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학생들이 ‘나눔 캠프’에 참여해 ‘마법나뭇가지’라는 협동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 hani.co.kr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가 쭉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8일 기준 연속 23주, 통산 45주간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최장 기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쓴 <미움받을 용기>가 사랑을 받으면서 아들러 심리학과 육아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최근 늘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엄마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등과 같은 책들은 최근작인데도 판매량이 높고, 2014년 3월 출간된 <알프레드 아들러, 교육을 말하다>는 출간 당시에서는 찾는 사람이 없다가 최근 들어 독자의 반응을 얻고 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 부모 교육 이론 대부분이 아들러에게 빚지고 있다. 아들러 육아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또 아들러 육아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개인 경쟁력-사회성 강조
번갈아가면서 유행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3대 심리학자
현대 부모 교육 이론의 대가

프로이트 무의식 결정론과 달리
현재, 개인 의지, 사회적 환경 중시

부모-아이 정서적 유대관계보다
주체적·자립적으로 키우기

■ 아들러 육아법이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결정론과는 달리 ‘현재’와 ‘개인의 의지’, ‘사회적 환경’ 등을 중시한다. 아들러는 한 사람의 인생이 과거의 경험이나 무의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 아들러 육아법은 한국 부모들에게 익숙한 ‘애착 육아법’과 강조점이 다르다. ‘애착 육아’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유대 관계를 강조한다면, 아들러 육아법에서는 아이를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사람으로 키우는 것을 중시한다.

 

아들러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동등하게 본다. 부모들에게 아이를 일방적으로 통제하거나 야단치지 말라고 한다. 특히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은 아이가 부모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목적’ 때문이라고 본다.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서라거나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어떤 행동의 원인보다는 그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아들러는 부모가 아이에게 야단치거나 벌주는 것 자체가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본다. 그래서 부모가 계속 아이를 야단친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보다는 적절한 행동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그렇다고 적절한 행동에 과한 칭찬을 하거나 과잉 보호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칭찬 역시 수직적 관계에서 하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면서 “기쁘다”, “고맙다”, “도움이 됐다”라는 말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자립 이외에 아들러가 또 중시한 것은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개인의 내면적 역동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아들러는 유독 공동체에 대한 공헌, 사회와의 유대감을 심리적 건강 지표로 내세웠다. 그는 육아의 중요한 목표로 아이의 공동체 감각 육성을 제시했다. 아이가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라는 신념을 갖고,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으면서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공동체 감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공동체 감각은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타인에게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때 만들어진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지 말라고 말한다.

  

■ 아들러 돌풍, 육아에도?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의 부작용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개인의 주체성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아들러 심리학과 육아법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남운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해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들러 육아법은 어떻게 아이를 교육할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아들러 육아법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육아법의 트렌드는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개인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육아법과 협동 및 사회성을 강조하는 육아법이 번갈아가면서 유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유행하는 육아법에 치중하기보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들러의 핵심 철학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내가 너를 잘 안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네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다’는 태도로 대하면 좋다”며 “아들러 심리학과 육아법은 삶에 관한 철학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성취지향적인 우리 사회 구조는 누구나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부모들 역시 열등감에 시달리며 힘겹다. 부모들은 성취지향적 사회에서 자신과 자기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으나 우리 사회가 여전히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열등감은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구든 갖고 있다고 본다”며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성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삶의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아들러의 관점이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들러 심리학과 육아법이 가치 부재, 철학 부재의 시대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부모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우리 아이를 키울지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한편,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아들러 육아법이 우리 사회에 쉽게 뿌리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한국의 주류 육아 문화는 여전히 아이의 성과를 중시하고,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여전히 부모와 아이 사이를 수직적 관계로 본다”며 “아들러 육아법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가 잘될 것이라고 믿는데, 사실은 아이가 잘 안돼도 상관없다고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성공 여부가 아닌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아들러 육아법을 실천하는 부모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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