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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7 18:56 수정 : 2020.01.18 02: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정농단 파기환송 4차공판에서
실효성 점검해 형량 반영 뜻
“재판과 무관”하다던 말 뒤집어

이재용 불리한 증거도 채택 안해
특검 “재판 불공평” 반발

삼성 이재용 쪽 “독립된 준법감시
재판에서 20여분간 활동내용 설명
특검은 “유명무실한 제도” 반박

준법감시위 실효성 따져보겠다는
법원의 심리위원 지정 요구도 거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최근 삼성이 꾸린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첫 재판 때 “(준법감시위 설치가)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어,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는 이날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삼성물산 합병 관련 증거 등 이 부회장 쪽에 불리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특검팀은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에서 뇌물 액수가 두 배로 늘면서 기존 재판이 파기돼 다시 2심을 받고 있는데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열어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이 부회장의 양형 사유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 심리와 관련해 (삼성이) 제시한 준법감시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 요구로 삼성이 꾸린 준법감시위를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형사소송법 279조에 따라 제3자 전문가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강일원(61)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 중 한명으로 지명했다. 형소법 279조 2항을 보면, 소송관계나 소송절차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을 둘 수 있고, 이들은 전문 식견이 담긴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이들은 재판 합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

특검은 재판부가 ‘말을 바꿨다’며 재판부의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제안을 반대했다. 특검은 “재판장님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분명히 양형 사유로 보고 있다. 첫 공판에서는 (준법감시제도가) 재판 진행 결과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는데 달라진 것”이라며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와 전문심리위원 도입에 반대하고,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재판부는 지난해 10월25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히면서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혁신 △총수 이재용의 선언 등 세가지를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준법감시제도 마련에 나섰고,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삼성은 나머지 두가지 주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 쪽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경영진의 준법 의지를 표명하고 준법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새로 꾸린 준법감시위 활동 내용을 20분 남짓 소개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재판부가 언급했던 지배구조 재편 등 재벌체제를 막는 혁신이 없이 준법감시제도만 도입하면 오너의 변심에 따라 언제든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이 신청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와 증거인멸, 삼성물산 합병 의혹 관련 증거 등은 채택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 증거들을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삼성그룹의 핵심 현안이었고, 부정한 청탁의 계기가 됐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재판부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추가 신청한 증거는 핵심 양형 증거이다. 이의신청도 기각되면 재판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감형’ 사유로 반영될 준법감시위 제도뿐만 아니라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는 증거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애초 이 부회장의 감형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가이드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범행 후의 정황에 불과한 준법감시제도 강화가 80억대 뇌물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결정적 양형인자로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법 상식일 것이다. 재판부의 권고를 이행했다고 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형이 감경된다면 그 자체가 특혜이고 사법 정의 훼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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