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6 16:39
수정 : 2020.01.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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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여성네트워크, 언니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가 16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했다. 무지개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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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대관 취소한 것은 차별”
“소송 계기로 소수자 보호해야 하는 공공기관 책임 확인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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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여성네트워크, 언니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가 16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했다. 무지개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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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여성네트워크’ 등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성소수자가 참여하는 행사라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불허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서울 동대문구와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10월 동대문체육관을 대관해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을 열려고 했으나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이 대관을 취소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와 ‘언니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등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는 16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대문구와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이 ‘반대 민원이 들어온다’며 퀴어여성네트워크의 체육관 대관을 취소했다. 이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부지법에 동대문구와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3천만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앞서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10월21일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같은해 9월19일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 대관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같은달 25일 동대문 시설관리공단 담당자가 퀴어여성네트워크에 전화해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고 다음날 대관은 취소됐다. 이후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은 “체육관 대관 당일 천장 공사가 잡혀 있었는데 담당자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동대문구의 대관 취소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소송을 낸 이유를 밝혔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체육관 대관 취소 하루 전,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은 퀴어여성네트워크 쪽에 전화해 ‘항의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미풍양속에 어긋나서 대관을 취소할 수 있다’는 언급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동대문구와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은 차별적인 민원 때문에 여성 성소수자들의 체육대회를 취소했다”며 “이로 인해 여성 성소수자들은 생활체육을 누릴 권리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이번 소송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책임이 확인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성소수자들은 해마다 공공기관의 공간을 이용하는 데 차별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 외에도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숨은 사례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어 “오늘 소송을 내는 이들은 이런 차별로 인해 또다른 차별이 양산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모였다”며 “이는 지난 10여년 간 요구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되고 지자체의 인권조례 등이 유예되는 현실에 대한 경고이자 그 책임이 국가와 각 지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5월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체육관 대관 허가를 취소한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동대문구청과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위한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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