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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6 13:30 수정 : 2020.01.17 15:15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하사 휴가 중 성전환수술 받고 복귀
군인권센터 “당사자 계속 복무 원해…군 인권친화적 결정 내려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육군 하사(부사관)가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관련 기사 : ‘휴가 중 성전환’ 육군 남성 병사…“여군으로 복무하고 싶다”) 가운데,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해당 하사가 복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 북부의 한 육군 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해온 하사 ㄱ씨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복무 중인 군인이 성전환 수술을 받고 ‘계속 복무’ 의사를 밝힌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육군은 조만간 이 부사관에 대한 전역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군 최초의 트랜스젠더 하사의 탄생을 환영한다”며 “ㄱ하사가 군인의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군이 ㄱ하사에 대한 계속 복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센터의 설명을 보면, ㄱ하사는 지난해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자신이 다른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장기간에 걸쳐 심리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지난해 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하에 성전환 수술을 마쳤다. 현재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ㄱ씨는 부대 복귀 이후 받은 의무조사에서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전역심사위는 이달 22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ㄱ씨 쪽에서 심사 연기를 요구한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ㄱ씨가 복무를 이어가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수술 후 회복만 이뤄지면 바로 정상적인 복무가 가능하고 당사자도 어릴 적부터 꿈꿔온 군인의 길을 계속해 걸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봉사심이 매우 높은 이 하사를 전역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어 “현행 법령에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지침도 전무하다”며 “복무를 지속하는 게 가능한지 의학적으로 따지는 것 외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령인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 기준’은 트랜스젠더를 ‘성주체성 장애’라는 진단명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

군인권센터는 ㄱ씨 외에도 성전환 수술을 희망하는 군인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이 군 생활을 이어가려면 아예 국방부령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성주체성 장애를 성별 불쾌감이라고 변경했는데 우리나라 국방부령은 성주체성 장애라는 진단명을 사용하며 트랜스젠더를 혐오와 차별로 내몰고 있다”며 “성소수자 군인의 존재는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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