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0 21:55
수정 : 2020.01.11 02:34
청 자료제출 거부로 검찰 돌아가
영장 범위 정반대 주장하며 충돌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해 무산됐다. 청와대는 “검찰이 전혀 구체적인 목록 없이 범죄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다”고 비판했고, 검찰은 “영장에 압수 대상을 특정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고위직 인사 이후 이틀 만에, 양쪽이 압수수색 영장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며 강하게 충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송철호(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공약 등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비서관실(전 균형발전비서관실)이 생산한 자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송 시장의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그의 공약 생산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이 전혀 구체적이지 않아 제출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검찰은 이날 저녁까지 기다리다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못한 채 결국 돌아갔다.
양쪽은 이날 저녁 서면 입장자료를 내어 공방을 벌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동안 (검찰 압수수색에)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왔다. (그러나) 오늘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임의제출이) 가능한 절차를 시도하지 않은 채 한번도 허용된 적이 없는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대통령비서실에 자료 임의제출을 수회 요구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해 이날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며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하여 발부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동일한 내용의 영장에 기초해 지난 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정상적으로 실시했다”며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 목록을 추가로 교부하여 자료 제출을 요청했음에도,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쪽은 “검찰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전에 요구한 적 자체가 없다. 검찰은 심지어 영장에도 없는 압수물 목록을 제시해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수색 전에 청와대에 임의제출을 몇차례 요청했는데, 청와대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맞섰다.
한 법원 관계자는 “청와대 주장대로, 검찰이 영장 청구 때 ‘범죄자료 일체’라고 쓰고, 법원이 이를 발부했다면 둘 다 문제”라며 “그러나 최근 법원은 압수수색 대상을 가급적 특정하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라면 더욱 고려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용 고한솔 성연철 기자
juney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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