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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04:59 수정 : 2019.12.23 08:03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교육걱정, 전국 교육지원청 178곳 조사

당국 ‘비싼 사교육’ 방조하는 사이
지역별로 진학상담 비용 50배 차이
134곳은 조정기준조차 아예 없어
“적절한 기준 마련 감시·개입 나서야”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입시 컨설팅’의 1분당 비용 기준이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는 5000원인 반면,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는 그 50분의 1인 100원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이 가격의 조정을 명령할 권한이 있는데도 ‘비싼 사교육’을 방조하거나, 아예 제대로 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전국 178개 지역의 교육지원청을 모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른바 입시 컨설팅이라 불리는 사교육업체의 ‘진학 상담·지도’ 과목 교습비 조정기준이 아예 없는 곳이 75%(13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 밀집지역인 서울에선 11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단 1곳, 경기에선 25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10곳만이 조정기준액을 세워두고 있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정기준이 없는 교육지원청들은 “어차피 관내에 진학지도 학원이 몇개 없다” “컨설팅은 서울에 가서 받는 경우가 많다” “교과학원에서 수업 중에 이뤄지거나 서비스 차원으로 (진학지도를) 하는 학원이 많다” 등을 그 이유로 답했다. 그러나 교습비 조정기준은 그 자체로 사교육 시장의 무리한 가격 설정을 막아주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비록 가이드라인이긴 하지만 학원이 조정기준보다 교습비를 높게 받으려면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이 ‘상한선’을 그어 사교육비를 잡을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기준액을 설정한 지역교육청은 44개였다. 하지만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조정기준액이 1분당 5000원으로 유별나게 높았다. 두번째로 높은 곳이 400원(전북 전주교육지원청), 44개 지역 평균이 314원이고, 강원 인제교육지원청 100원 등 다른 곳은 대부분 100~200원대였다. 사교육의 ‘본산’인 강남·서초 지역에서 1시간이면 3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기준점’으로 잡은 것은 조정기준액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과 그 시행령은, 학원 교습비가 적정한지 판별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지원청이 교습비의 조정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조정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떠오른 입시 컨설팅 분야는 다른 교과목에 견줘 비싼 교습비를 적용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2018년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진로·진학 학습상담 사교육비’가 1회당 11만8천원으로 나타난 바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입시 컨설팅 비용이 시간당 수십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교육걱정은 “교습비 조정기준이 미비한 교육지원청은 조속히 조정기준을 마련하고,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강남·서초 지역은 이를 적정하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습비 조정기준을 마련하는 주기가 제각각인데다 조정기준의 개정이 잦은 지역의 사교육비 부담이 극심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교습비를 조정하는 최소한의 개정 주기를 학원법에 명시해 일정 기간 동안 교습비가 유지되도록 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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