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6 20:11
수정 : 2019.12.17 02:36
연재ㅣ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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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적 실천과 함께 미디어 이용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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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인 저에게 올해는 조금 특별한 한해로 기억됩니다.
지난해 9월 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그래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면, 올 한해 동안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며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많은 분이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인데,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인식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원인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마음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더군요.
온라인상 허위정보의 유통, 혐오 발언 및 집단극화의 강화, 1인 미디어 콘텐츠로 인한 문제, 악성 댓글을 이용한 괴롭힘 등 사이버 불링, 온라인에서 침해되는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 문제 등에 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사회현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 생각해보았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공유할 때도 책임감을 가지는 디지털 시민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그런 구실을 합니다.
이에 덧붙여 제가 칼럼에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살아갈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성찰하고 상상하는 경험과 능력을 지원하는 구실도 할 수 있지요.
한데 많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와 연구자들은 이 교육이 미디어 관련 여러 부작용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강조해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언급한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면들은 단지 미디어 생산자나 이용자(교육 대상이라 생각되는 어린이·청소년인 경우가 많지요)의 행동과 인식 변화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전반적인 문화와 사회의 기풍이 온라인 공간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혐오 발언은 오프라인에서도 약자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고, 오프라인에서 암묵적으로 사용하던 은어는 온라인에서 언어유희인 양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사이버 불링은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를 ‘심한 장난’이라 치부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게 하는 오프라인의 분위기와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약자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이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회 분위기는 온라인 문화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적 실천과 더불어, 미디어 이용 문화가 드러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기풍에 대한 공동의 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12월입니다.
김아미 ㅣ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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