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6 20:09
수정 : 2019.12.24 13:51
연재ㅣ연탄샘의 십대들 마음 읽기
“선생님, 이번주 국어 시간에 발표 과제 있는데 겁나요.”
열다섯살 수영이(가명)는 사회성이 좋아 성격이 활달하고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발표 불안을 호소했다. “발표할 차례가 되면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아요. 외웠던 게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아서 횡설수설 무슨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앞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고…. 정말 그 시간이 끔찍해요.”
수영이처럼 수행평가 발표 과제를 앞두고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발표 불안은 특히 자의식이 강해지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영이는 평소 ‘말발 좋은’ 자신이 발표할 때 친구들 앞에서 덜덜 떠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못나게 느껴진다고 했다.
수영이뿐 아니라 발표 불안을 나타내는 아이들에게는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사고가 있다. ‘이렇게 떨다간 완전 망할 거야. 이런 내 모습이 바보처럼 보이겠지. 나 빼고 다들 잘할 거야…’ 등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만 떨리는 게 아냐. 사람들 앞에 설 때 긴장하고 떨리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 뭐 실수할 수도 있지’ 등 합리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호흡법과 근육 이완법도 도움이 된다. 불안으로 인해 신체에 나타나는 긴장 반응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할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실수도 줄일 수 있으므로 발표하기 전에 미리 몇번이고 연습을 해보는 게 좋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의 발표 불안은 해소된다. 한데 심한 경우는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발표 불안이나 시험 불안 등 소위 ‘수행 불안’이 심한 아이들을 보면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은 대부분 양육자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이 실수할 때마다 야단을 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작은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게 된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머지 오히려 일을 더 망치기도 한다.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자책이나 자기 비난이 심해지면서 증상이 더 악화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아. 실수 좀 하면 어때?”라고 말하지만, 그때의 실패나 실수는 성공이나 완벽을 위한 시행착오를 의미할 때가 많다. 성공이나 완벽함을 위해서만 의미가 있다고 하면, 실수나 실패의 부담감은 여전히 무겁다.
실수나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실수나 실패를 통해 나의 취약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보살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수나 실패를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늘 마주하는 양육자, 가족들부터 “실수나 실패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단다”라고 말해주자.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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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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