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5 21:25
수정 : 2019.12.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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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고 김정희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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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시간강사-겸임교수 오가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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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고 김정희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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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김정희(58)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 겸임교수가 13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수십년간 후학을 양성한 전통예술 전수가도 피해갈 수 없었던 ‘시간강사’라는 열악한 지위 자체가 김씨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교육조교였다. 동해안별신굿은 마을의 풍요와 어민들이 고기를 많이 잡기를 기원하는 마을굿이다. 어릴 때부터 악기 연주와 노래, 춤을 배웠다는 김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체계에서 보유자 전 단계를 말하는 전수교육조교에 2006년 4월 지정됐다. 한예종에서는 199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를 오가며 학생들에게 전통예술을 가르쳐왔다.
애초 김씨의 죽음을 두고 학교 쪽이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들어 김씨를 사실상 ‘해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예종은 강사법에 따라 시간강사를 투명하게 채용하기 위해 공채 공고를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 냈는데, 학교 쪽이 ‘강사법상 석사학위 이상 소지한 강사를 다시 뽑아야 한다’며 김씨를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김씨의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사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교육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명장, 무형문화재, 기술인 등은 해당 분야 경력이 있으면 학위가 없는 경우에도 초빙교원 및 비전임교원으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예종 관계자도 “1·2차 공고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씨는 1·2차 공고 때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 김씨가 지원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채효정 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는 “지원을 왜 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했다. “수십년 학생을 가르친 분이, 이미 학교에서 얼굴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교수들한테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모욕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그나마 강사법이 생긴 덕분에 시간강사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했을 경우 소청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씨의 가슴 아픈 죽음을 강사법을 무위로 되돌리기 위해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도 “이것은 강사법 문제가 아니라 시간강사라는 비정규직의 문제”라며 비판의 초점을 제대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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