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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9:45 수정 : 2005.01.16 19:45

'DMZ의 비밀' '시베리아 야생동물의 비밀'

아무나 못가는 금단의 땅
비무장지대와 시베리아
언론인 출신 두 아저씨가
사진기 들고 찰칵찰칵

‘아주 특별한 땅’에 대한 책 두권이 함께 나왔다. 과 <시베리아 야생동물의 비밀>이 그것이다. 둘 다 한국인들에겐 잊혀졌거나 갈 수 없는 땅이다. 역사 속 어떤 ‘기억’과 관련된 공간이면서도, 막상 그 기억의 실체가 분명치 않은 땅이다. 누구나 알지만 사실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땅이다.

언론인 출신의 두 지은이가 사진기 들고 그 땅을 누볐다. 전영재씨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와 역사를, 최기순씨는 시베리아의 광할한 자연을 각각 담았다. 전씨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여러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보도해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했고, 최씨도 시베리아 호랑이 등을 촬영한 자연 다큐멘터리로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등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 두 곳의 ‘특별한 땅’에 대해 이들만큼 자신있게 말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들은 그 곳에 숨겨진 자연과 역사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었다. 무엇보다 직접 발품을 팔아 렌즈를 들이댄 수많은 사진들이 책장마다 그득하다. 그 ‘신선함’이 어른들까지 가슴 설레게 한다.

이 말하는 비무장지대의 비밀은 잔혹한 인간의 역사와 천연덕스런 자연의 생태가 어우러지는 데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잘도 살아가고 있는 산양, 까막딱다구리, 혹고니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이 제 맘껏 달리고 박차오르는 그 땅에서 불과 반세기전 살육의 전쟁이 펼쳐졌고, 지금도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음을 이 책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전씨는 자칫 청정의 자연에만 쏠리기 쉬운 카메라의 시선을 그곳에 사는 군인과 민간인에게도 돌렸다. 그들이 품고 있는 역사까지 설명한다.


<시베리아 야생동물의 비밀>은 비무장지대에서조차 사라진 자연을 찾아간다. 한때 우리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호랑이며 반달가슴곰, 표범과 불곰이 거기 있다. 비무장지대에 갇혔던 시선은 시베리아에 이르러 막힌 곳 없이 확 트인다. 최씨는 특히 이들의 생태를 가까이서 살펴보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 속에 시베리아 동물들의 삶이 녹아있다. 한때 백두대간을 넘나들었던 생명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두 책은 어떤 ‘상실’에 대한 기록이다. 산양이 노닐지만 함께 어울릴 수 없는 땅은 우리 스스로 금 그어 놓은 금단의 공간이다. 그런 악업을 짓느라 사람들은 호랑이며 곰이며 표범이 모두 이 땅을 떠나 시베리아까지 도망쳐 가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제서야 그 사연을 털어놓는 어른들은 부끄럽다. 그들이 장차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땅만 일궈가기를 기대할 뿐이다. 전학년, 전영재 글·사진, 최기순 글·사진. ­예림당/각 1만2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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