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6 19:41
수정 : 2005.01.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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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아저씨/레이먼드 브리그스/마루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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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은 사계절이 있어 살아가면서 각 계절 맛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꽃피는 봄, 푸르른 여름, 풍요로운 가을, 하얀 겨울 등.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겨울은 하얀색으로 떠오른다. 나는 겨울을 생각하면 머릿속까지 하얗게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눈사람이 생각난다. 겨울이 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많은 아이들이 ‘눈사람 만들기요!’ 하고 소리친다. 손이 꽁꽁 얼어도 호호 불어가면서 눈사람을 만든다. 발이 시려도 콩콩 뛰면서 만든다. 눈사람은 차가운 눈으로 만들었지만 어른들 마음속에 따스하게 살아 있는 추억이고,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겨울 동무다.
이 책은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났는데, 지금까지 30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꾸준하게 받아 오고 있다. 바로 어른들 마음속에 즐거운 추억을 되뇌이게 하고, 어린이들에게 살아 있는 친구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표지 한가득 차지한 눈사람이 참 푸근하고 따스하고 웃긴다. 그래서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 저 밑에서 잔잔한 물결이 다가오듯 웃음이 피어오른다.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 눈사람을 닮은 한 아이가 자기를 닮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든다. 아마 이 다음에 큰 자기 모습일 거다. 그날 밤 눈사람한테 아버지 옷을 입혀 주고, 같이 신나게 놀았다.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공치기도 하고, 차도 타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온 세상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달려 나가 보니 눈사람이 녹고, 작은 눈 무더기 위에 모자와 목도리만 놓여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 없다. 그림으로 끌어 가고 있다. 독자가 그림을 따라가면서 눈으로 보고,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 주인공이 잠옷 바람으로 눈사람이 녹아 내린 눈 무더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을 보면서 생각의 늪으로 깊이 빠져든다. 이야기를 만드는데 독자가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책이다. 세 살부터 여든까지 누구나, 그러나 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책이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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