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0 19:26
수정 : 2006.01.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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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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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월 국방부에 대해 해병대에서 벌어진 가혹행위와 관련한 인권침해 대책 마련과 피해자 보상을 권고한 사실이 1년반이 훨씬 지난 19일에야 드러났다. 한 해병대 예비역이 “군 복무 때 선임병들로부터 당한 폭행과 폭언, 집단 따돌림으로 정신병을 얻었다”며 낸 진정에 대해 이런 권고를 내놓고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권위가 그동안 의미 있는 사안에 대해 언론을 통해 권고 내용과 의미를 적극 홍보한데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군 출신 담당 조사관은 “당시 군이 총기난사 사건과 인분 사건 등으로 사회적으로 나쁜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인권위의 권고가 알려지면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등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인권위가 군 조직의 체면을 먼저 살폈다는 고백이다. 당시 군이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군의 인권상황 개선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오가고 있었는데도, 인권위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권고 내용을 숨긴 것이다. 한나라당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돼 당시 권고를 결정한 김호준 위원은 “권고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다시 “자료를 보니 기억나는데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권위가 내놓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과 관련해 재계와 보수진영에서 “헌법재판소 판결과 어긋나며 지나치게 편향된 안”이라고 비판하자 인권위는 “우리는 인권의 잣대로 판단하는 독립기구”라며 맞받았다. 인권위는 과연 ‘인권’을 판단의 중심에 둔다는 원칙에 스스로 충실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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