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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8 19:42 수정 : 2006.01.18 19:42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보수·진보 양쪽서 비난
보수진영 “진보 목소리만 반영 급진적” 인권위해체 요구
진보진영 “유엔인권기구 권고도 다 반영못한 미흡한 안”

“인권위를 설립한 취지부터 다시 알아보고 비판해 달라.”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수와 진보 양쪽의 틈바구니에 끼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위가 9일 내놓은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권고안을 놓고 보수진영과 재계는 “진보진영 목소리만 반영한 급진적인 권고안”이라고 거세게 공격하고 나섰다. 반면 인권단체 등 진보진영은 “유엔 주요 인권기구들이 한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도 다 반영하지 못한 미흡한 권고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18일 최근 제기된 주요한 지적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보수진영은 이번 권고안에 대한 공격에 그치지 않고 인권위 구성원들의 경력과 성향까지 문제삼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비판에 앞장선 뒤 17일 재계가 인권위 권고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예 “인권위 해체”까지 요구했다. 이들은 권고안이 필수 공익사업장 파업에 대해 직권중재 제도의 폐지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상론에 불과하며 인권위가 노사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병수 인권위 인권연구팀 전문위원은 “노동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안은 실태조사와 전문가 진단을 바탕으로 나온 것으로, 노조 입장을 대변한 안이 아니다”라며 “노동권을 비롯한 사회권은 자유권과 함께 주요 인권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필수 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제도 폐지는 2003년 ‘노사관계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가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에도 포함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또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라는 권고를 두고 “이르면 2007년 대선에 공무원 50여만명과 교사 40여만명이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미 2001년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교원 및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이 법과 실재 모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권고는 전면금지된 교원의 정치활동을 일부 보장하는 것일 뿐으로, 교총이 몇 해 전 정치관계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교육기본법 등을 손질해서 만든 입법 개정안에도 이번 권고 수준의 정치참여 보장이 포함돼 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이명재 인권위 홍보팀장은 “인권위도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헌법을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하는 기구지만, 헌법재판소와는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며 “인권위의 권고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 것은 인권위 고유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비판”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인권위, 2004년 ‘생명윤리 문제 보고서’ 받았다

배아복제 특별연구팀 꾸려…별다른 조처않고 ‘서랍속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04년 생명윤리 문제를 다루는 특별연구팀을 꾸려 연구 보고서까지 받았으나,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얻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은 2004년 2월 인간배아복제 특별연구팀을 꾸렸다. 10여명이 참여한 이 연구팀은 서울대 법학연구소에 연구를 맡겨 같은 해 9월 ‘생명윤리안전에 관한 법률 개선안 및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이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140여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인권을 기준으로 생명윤리법을 분석하고, 생명공학 연구 및 산업적 활용에 관련한 법 내용상의 문제점 및 개선안을 담고 있다. 또 생명윤리위원회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후 추가 연구를 하거나 법 개정 권고 등 관련 조처를 하지 않은 채 특별연구팀 활동을 중단했다. 인권위는 연구팀 구성 때 “생명윤리법을 비롯해 체세포와 핵이식 관련 법 조항을 검토한 뒤 2004년 10월 말까지 생명윤리에 관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장을 맡았던 박경서 전 상임위원은 18일 “생명윤리법에 인권 독소조항이 있느냐를 검토하는 게 연구팀의 활동 목적이었고, 연구 보고서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1기 인권위 임기가 끝났을 뿐 특별한 이유가 있어 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18일 해명자료를 통해 “인권위가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했지만 입장 정리가 쉽지 않은데다 2004년 인권위원 교체시기와 겹치면서 팀장과 실무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생명윤리위원회가 있어 인권위가 시급하게 의견을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권고를 하지 않았을 뿐 논의가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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