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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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발달·지체장애 1급 길수
가정 해체로 위기에 처한 어린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자 최고의 목표는 가정이 복원돼 그 안에서 아이들이 다시 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건강해져야 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어린이의 앞날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무너진 가정에서 장애까지 겪고 있는 ‘길수’의 사례는 어린이 보호가 사회 전체의 몫임을 잘 보여준다. ‘특수한 상황’ 관련기관 유기적 협조 급선무
우리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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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짜리 길수가 지금 다니는 곳은 사설 어린이집 두 살반. 그저 아이들과 어울려 놀릴 뿐, 길수를 위한 특수교육은 없다. 길수 아빠는 사회복지사의 설득으로 지난해 10월 길수를 장애아 특수교육기관에 보냈지만, 3주 만에 그만두게 했다. 특수교육기관에 들어간다고 가정위탁도 2주 만에 그만둔 뒤였다. 월~금요일은 특수교육기관에서 보내다가, 주말에 데려와야 하는데, 자신이 더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탓이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두 시간 넘는 거리를 오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당 특수학교와 인근의 또다른 특수학교는 “한 명을 위해 승용차로 1시간30분 거리를 오가기는 어렵다”는 대답이다. 자동차 자원봉사자도 찾지 못했다. 길수네 인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도 대안이 되지 못했다. 병설유치원은 길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랐고, 길수는 한쪽 귀퉁이에서 따로 놀았다. 사회복지사는 “특수교육의 의지가 없어, 격리 아닌 격리를 시킨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아이 걸음으로 한 시간 거리지만, 통학버스도 없었다. 비 오는 날까지 할아버지가 경운기로 통학을 시키기는 힘들었다. 결국 길수는 지난 4월 통학버스가 다니는 사설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애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어요? 치료한다고 괜히 고생만 시키는 게 아닐지 …”라고 반응하는 면사무소에도 기대할 것이 없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각 기관들이 ‘저희 책임은 여기까지밖에 안 됩니다’는 식으로 선을 그으니까, 복합적인 문제를 풀기 어렵다”며 “특수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해준다면, 아이가 안정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친가정과의 관계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유미숙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는 “제일 먼저 아빠가 아내를 숨지게 만든 고통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게 돕고, 가족 전체의 정서적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며 “특수학교에 다닐 수 없다면, 보조교사 등 아이의 특수상황에 맞는 학습권을 보장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미 서울장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가족 전체의 문제를 같이 풀어야 아이가 제대로 된 양육을 받을 수 있다”며 “지역의 유관 기관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혜련 숭실대 교수(사회사업학)는 “우리 사회 전체가 빈곤층 가정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또 복원되도록 도와줘야 아동복지 문제를 미리 막고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지역사회, 건강한 가족, 건강한 어린이”라는 미국의 아동보호 구호는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별취재팀chil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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