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정에 맡겨진 현미가 기자의 취재수첩에 그린 ‘엄마’ 김씨와 ‘언니’, 그리고 깜찍한 강아지. 현미가 제일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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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고 겉돌더니 손내밀면 “엄마 아빠” 껴안으면 “사랑해요” [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③ 소년소녀가정도, 시설보호 아동도 없는 세상을
가족 해체 등으로 가정을 잃은 아이들 10명 가운데 4~5명은 보육원 등 대규모 시설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하지만, 이웃과 친인척들이 직접 이들은 보듬으면 더욱 따뜻한 정을 느끼며 자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소수라는 점이다. “내가 엄마랑 살 테니까 언니는 결혼해!” 초등학교 2학년 현미(가명)는 ‘엄마’ 김선영(가명)씨의 손에 매달렸다. 5년여 전, 현미는 김씨 가족을 만났고, 가정 위탁으로 김씨의 ‘막내딸’이 됐다. 현미는 춤을 잘 춘다. 학교 춤 동아리 활동도 하고 스포츠 댄스도 배운다. 얼마 전에는 댄스대회에서 1등을 했다. 현미의 숙제도, 학교 준비물도 모두 ‘엄마’ 김씨가 도와준다. 현미는 기자가 50대인 김씨를 가리키며, “너희 할머니시니?”고 물었을 때, “아뇨, 우리 엄마인데요!”라고 대답했다. 현미는 뜬금없이 “죽기 전에 엄마한테 선물하고, 효도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현미 가족은 “현미를 보며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며 “한때 버림받았지만, 더 많이 사랑받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미는 친구와 놀이를 하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 하는 불렀다. 김씨 가족을 만나기 전, 현미는 그 노래 내용만큼이나 슬펐다. 현미의 친엄마 1999년 현미를 보모에게 맡긴 뒤 다시는 찾으러 오지 않았다. 일시 보호소에 잠시 맡겨진 뒤에는 경기도 한 어린이 보호시설에 넘겨졌다. 유아원에 들어온 현미는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혼자서 울기만 했다. 시설에 적응할 즈음, 현미는 5살이 돼 또다른 보호시설로 넘겨졌다. 그해, 김씨 가족을 만난 현미는 보육원 공동생활을 끝냈다. 경수(초등 6)와 경희(초등 3·이상 가명)의 행복은 이제 3년째다. 경수 남매는 엄마 아빠가 헤어진 뒤, 3년 전부터 외숙모 이희정(가명)씨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경수 남매가 이씨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품에 안기고, “뽀뽀 해줘”라고 할 때마다, 이씨는 남매를 껴안았다. 오락에 빠져 돈을 훔치던 경수는 이제, “공부도 잘하고 남도 잘 도와줍니다. 부지런하고 성격도 밝습니다”라고 쓴 성적표도 받아온다. 아이들은 요즘 “큰엄마, 큰아빠 대신 엄마,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라고 이씨를 조른다.3년 전만 해도 경희는 밥을 먹을 때 눈치를 보면서 토해댔다. 더러는 벌벌 떨었다. 친엄마가 밥을 늦게 먹는다고, 아빠와 싸운 뒤 화풀이로 때린 탓이었다. 3년 전 겨울 친엄마가 경수 남매를 이씨에게 맡기던 날, 아이들 머리에는 마른버짐이 피어 있었고 꾀죄죄한 옷에선 냄새가 났다. 남매를 맡은 이씨는 3급 지체장애자다. 그는 “아이들 옷이 작아져 못 입으면 ‘많이 컸구나’ 싶어 혼자 씩 웃는다”고 했다. “아이들 붙잡고 참 많이도 울었지만, 이게 가족이고 사랑이구나 싶다”고 말하는 이씨의 눈이 젖어들었다. 특별취재팀 chil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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