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3 05:00
수정 : 2019.05.13 05:00
일자리 둘러싼 한국인-외국인
갈등 구도로 단속 정당성 주장
정부는 합동 단속 강화 이유로 미등록 체류자 급증을 들고 있다.
2019년 3월 현재 미등록 체류자는 35만6095명(전체 체류자 237만9805명의 14.9%)이다. 최근 급증 배경엔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성공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부의 무사증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2017년 12월 말(25만1041명)부터 2018년 5월 말(31만2346명) 사이 증가한 미등록 체류자 6만1305명 중 5만2213명이 무사증 입국자였다.
정부가 “미등록을 양산하는 제도와 정책은 그냥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단속으로 숫자 관리에만 치중”(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한다는 지적이 인다. 이주노동자 취업의 근거인 고용허가제도 미등록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폭언·폭행을 당하고 근로조건이 열악해도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이 된다. 고용주가 사업장 이동에 동의해도 3개월 안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미등록이 되고, 마흔살 이상의 노동자(고용허가제는 18살 이상 40살 이하만 허용)가 한국에서 일하려면 미등록이 될 수밖에 없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단속으로 강제퇴거된 사람만 34만800여명이었다.
“법무부, 40~50대 가장의 마지막 피난처 건설현장 강력 단속.”
딴저테이 사망 12일 뒤(2018년 9월20일)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건설업 등에서 국민 일자리를 잠식하는 것을 막겠다”며 특별 단속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체류 취업자들이 차지한 국민의 일자리를 회복한다는 점에서 고용창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 따랐다. 전년 동기 대비 3천명 증가에 그치면서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지난해 8월)가 떠들썩하게 보도된 지 한달 만이었다. 법무부는 일자리를 둘러싼 한국인과 외국인의 갈등 구도로 단속의 정당성을 풀어냈다. 취업난을 이용한 새로운 단속 논리의 등장이었다.
이주노동자가 건설시장의 선호 노동력이 된 배경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있었다. 원청은 공사기간 단축과 사업비 축소로 하청업체를 압박했다. 하청업체는 싼값에 부리되 산업재해나 임금체불에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해 비용을 줄였다. 한국은 이제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건물이 올라가지 않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이 부른 건설노동시장의 왜곡을 외면하고 이주노동자에게 고용난의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비판이 법무부를 향했다.
이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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