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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30 14:51 수정 : 2018.04.30 14:51

2018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사회복지가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 인권을 다시 묻다’의 기획주제 패널토론.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왼쪽부터), 오선영 전 한국인권재단 사무국장,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원규 한국사회복지학회장, 한종선 형제복지원 생존자모임 대표, 정욜 성소수자청소년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장, 김도희 서울시복지재단 변호사,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8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사회복지가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 인권을 다시 묻다’

과거의 시혜적·자선적 복지 패러다임에서
‘인권 기반 사회복지’로 바뀌어야

2018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사회복지가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 인권을 다시 묻다’의 기획주제 패널토론.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왼쪽부터), 오선영 전 한국인권재단 사무국장,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원규 한국사회복지학회장, 한종선 형제복지원 생존자모임 대표, 정욜 성소수자청소년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장, 김도희 서울시복지재단 변호사,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사회복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가치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영화 <도가니>로 잘 알려진 청각장애인학교 내 성폭력과 학대 사건, 1980년대 형제복지원 사건 등이 그 예다. 인권에 기반을 둔 사회복지 영역에서 왜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까?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사회복지학회가 ‘사회복지가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 인권을 다시 묻다’라는 주제의 2018 춘계학술대회를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한대에서 주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과거의 시혜적, 자선적 복지 패러다임이 사회복지 내 인권 침해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오선영 전 한국인권재단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가 빈곤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생각하고 수급권자를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라 인식해온 것이 문제”라며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복지정책의 기획부터 실행, 평가의 전 단계에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적용하는 ‘인권 기반 사회복지’를 제안했다. 인권 기반 사회복지란 의식주 등의 기본 욕구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급권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사회보장은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에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제도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의 형벌화’를 강화한다며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빈곤의 형벌화는 빈곤을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여기며 빈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난한 이들을 동등한 사람이 아니라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브랜드 신발을 신는다고 비난을 하는 게 그 예다.

김 사무국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의 부양의무자 기준, 근로능력평가 등의 원칙이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가족의 부재를 증명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며 수급권자가 자신의 상황을 비정상으로 인식하고 심적으로 위축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복잡한 신청 절차로 인한 낮은 수급률(2016년 기준 3.2%)도 비판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인 노동자가 은행과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빈곤층의 부정수급이 높을 거라는 편견에 기반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신청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부정수급 통합 콜센터가 잡아낸 100억원의 부정수급 사례 중 97억8천만원은 제공기관의 비리였으며 수급자의 부정수급 사례의 상당 부분은 조사기관의 조사 미비나 누락으로 인한 오지급”이라며 빈곤층과 복지수급자를 향한 편견을 반박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생존자 모임 대표는 “시설의 관리·감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용 규칙은 시설 이용자 개인의 인권과 자립성을 침해한다”며 “이용자의 필요에 맞춰 시설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이 갖는 영향력 때문에 그동안 탈시설화 운동과 연구가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민간 운영 사회복지 시설의 ‘밥그릇 챙기기’ 문제를 지적했다. “사회복지 시설이 인권을 추구하기보다는 정치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회적 약자의 기능과 직업적 능력을 상실시켜 구체적인 피해를 끼치는 시설보호 정책을 폐지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탈시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와 더불어 사회복지사의 인권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복지사들이 수급권자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등 수급권자의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사회복지는 인간의 필수 욕구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개개인의 의사와 권리에는 무관심”했기에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사회복지사가 주어진 일만 잘 수행한다면 오히려 수급권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사회복지사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회복지사의 교육 과정 내 인권 관련 교과목을 개발해야 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에 인권 과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참석자들은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선영 전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들의 복지야말로 형편 없다”며 사회복지사들이 일과 삶의 균형은 커녕 정당한 휴식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사회복지사의 인권 침해를 구제할 시스템과 제도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소록도,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의 폐해에 공감하며 “사회복지시설은 사회의 편의를 위해 소수자를 격리하며 운영 과정에서 시설이용자와 사회복지사 모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조 사무총장은 “복지시설의 기관 운영은 이용자와 종사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가인권위는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감시자와 옹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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