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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2 19:49 수정 : 2005.11.22 22:35

서울 은평구 솔바람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고 있는 엄마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청 정문앞에서 솔바람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솔바람어린이집’ 맞벌이 엄마들 “울고 싶어라”


염아무개(33)씨는 요즘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염씨가 20개월짜리 딸을 맡기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솔바람어린이집이 원장 개인 사정으로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구청은 국공립 전환 거절

이 어린이집은 만 2살 이하 영아들을 주로 받는 영아 전문 보육원으로, 염씨는 아이를 생후 석달째부터 이곳에 맡겼다. 작은 전자제품 가게에서 경리사원으로 일하는 염씨는 출산 3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으나 애 맡길 일이 난감했다. 처음에는 시가나 친정에 맡기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시어머니도 주방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처지고, 친정은 너무 멀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돌도 안 지난 아기를 맡아주는 어린이집을 찾기 어려웠다. 여러 곳에 묻고 또 물어 간신히 찾은 곳이 이 어린이집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문을 닫는다니, 허탈할 뿐이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30대 중반이 되니까 더 늦기 전에 둘째를 낳기로 했어요. 그런데 여기가 문 닫으면 낳아도 맡길 곳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험설계사 안아무개(34)씨도 이 어린이집에 4살짜리 딸을 보내고 있는 맞벌이 엄마다. 안씨의 벌이는 한 달 70만원이다. 안씨는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변기와 화장실 높이 등 모든 시설이 6살 어린이를 기준으로 한 유치원뿐이어서 마땅하게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


보모 80만원이나 달래요

정아무개(40)씨도 이 어린이집에 아이 둘을 보내고 있다. 남편과 가죽제품 가내공장을 하기 때문에 낮에 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다. 보모를 알아봤지만, “자녀 한 명당 80만원은 줘야 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90% 이상이 맞벌이를 하는 솔바람어린이집 엄마들은 머리를 맞댄 끝에 결국 구청을 찾아가기로 했다. 솔바람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 달라고 구청에 요청하고, 시청과 여성가족부도 찾아다니느라 영유아보육법도 읽었다. 하지만 구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엄마들은 난생처음으로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답이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둘째·셋째도 낳고 싶지만…

“저는 셋째까지 아이를 낳고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 애를 맡기기가 어려워서야 꿈이나 꿀 수 있겠어요?” 난생처음으로 대책위란 것을 만들어 대표가 된 박은미(36)씨의 말이다.

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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