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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1 06:57 수정 : 2005.10.31 06:57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둘둘 플랜’이라는 이름의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 앞에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저출산 종합대책 ‘둘둘플랜’뜯어보니

30일 공개된 ‘둘둘 플랜’은 정부가 마련한 저출산 대책의 ‘백화점’판이다. 이 대책은 그동안 저소득층에 쏠려 있던 보육료·교육비 지원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 이상의 가구로까지 확대하고, 일하는 여성을 위한 출산과 육아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그동안 만 5살 이하 어린이나 두 자녀 이상에 대한 보육료 지원 등은 취업 여성한테는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 핵심 관계자는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을 동시에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정책으로, 현재 1.16명인 출산율을 2010년까지 1.6명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여당은 동거 부부 가정이나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 방안도 앞으로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여성 고용·출산 함께 높이는데 중점”
산전·후 휴가급여 90일분 국가부담
세자녀 이상 무주택가정 분양 우선권

보육료 지원 대상 크게 늘어=현재 0~4살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은 월 소득인정액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올해 기준 311만원)의 60% 이하에 해당돼야 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평균소득의 70%, 2007년에는 100%, 2009년에는 130%를 버는 가정도 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지원 금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표준보육료의 30%에서 100%까지 차이가 난다. 현재 표준보육료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0∼1살은 29만9천원, 2살은 24만7천원, 3살 이상은 15만3천원이다. 만약 평균소득 100%를 버는 가구가 3살 어린이를 국·공립 보육시설에 보낼 경우, 2007년에는 매달 3만600원, 2008년에는 매달 4만5900원을 지원받게 된다.


만 5살 어린이에 대한 보육·교육비 지원 범위도 크게 늘어난다. 2007년에는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100% 이하를 버는 가구까지, 2009년에는 평균소득 130% 이하 가구까지 확대된다.

또 2007년부터 국공립·민간 시설에 관계없이 똑같은 보육료를 내게 된다. 현재 만 5살 어린이의 경우 민간보육시설의 평균 부모 부담액은 19만8천원 수준인데, 국·공립 시설 수준(15만3천원)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일하는 엄마’ 지원=취업 여성은 육아 지원이 절실하지만, 지원이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은 이를 고려해, 여성 개인뿐 아니라 기업을 동시에 지원하는 쪽에 방향을 맞췄다.

우선 산전·산후 휴가급여 90일분을 전액 국가가 부담해 사업주 부담을 줄였다. 내년에 중소기업부터 시행할 예정이나, 2008년에 전체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재원 부담 때문에 확정하지 못했다. ‘출산 친화적 기업’을 선정해 인증마크를 주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취업 여성의 임신·출산 관련 휴가도 늘어난다. 임신 4개월 이상 여성 노동자의 유·사산 휴가, 월 1일의 태아 검진 휴가와 불임 휴가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현재 월 40만원에서 2007년 50만원으로 인상된다.

또 현재 대부분 반일제로 운영되는 유치원을 2010년까지 80% 이상 종일제로 바꾼다. 집에서 가까운 보육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의료·주택·세제 혜택 강화=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의 수입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60% 이하인 경우, 시험관아기 시술비의 절반인 150만원을 두 차례 받을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양수검사와 태아안녕검사, 임신성 당뇨검사 등 임신·출산 관련 검사가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또 만 6살 미만 어린이가 입원할 때에는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 진료비가 면제된다.

세자녀 이상을 둔 무주택 가정은 2007년부터 국민주택의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돼 분양 우선권을 갖게 되고,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세제 개편 때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올해 하반기 근로소득지원세제(EITC) 도입 등 중장기 세제개편 방안에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많이 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아이를 많이 낳은 사람이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 제도도 도입된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저출산 종합대책 ‘둘둘 플랜’ 주요내용



“돈만 준다고 애 많이 낳나”
저출산 종합대책 평가

‘둘둘 플랜’은 집중적이고 강력한 범 정부 차원의 첫 저출산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는 국가의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자녀 양육비용 지원, 고용, 보육, 주택 등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개선을 꾀하려 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생활과 자녀양육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과 여성고용 차별 해소에 신경을 쓴 대목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과거 가족계획사업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추진하려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종교계·경제계 등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 한 점도 눈에 뛴다.

“기존 사업 강화·확대한 수준”비판
모자라는 4조3천억등 재원 마련 숙제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근본적 제약을 이해한다손쳐도, 대책이 지나치게 보육 분야에 치중돼 있는 등 단선적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보육과 저출산은 연계돼 있지만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료로 돈만 지원하면 여성들이 애를 많이 낳을 것’이란 발상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각 부처에서 해오던 사업을 강화·확대하는 데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예상된다. 다소 안일하게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런 비판은 청와대와 정부 일각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여성들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에 있는데, 이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이를 맡을 여성부, 보건복지부 등의 행정집행 능력 확충과 행정체계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모자라는 4조3천억원을 비롯해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방침을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둘둘’은 ‘둘이서 많이 낳자’
저출산 종합대책 나오기까지

저출산 종합대책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거론됐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03년 10월께였다. 이때 청와대 비서실의 ‘고령사회 대책 및 사회통합기획단’ 안에 ‘인구·고령화 정책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이 팀은 2004년 1월 제35회 국정과제회의의 보고자료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 전략’을 내놓았다. 저출산 대책의 기본방향이 제시된 정부 차원의 첫 문건이다.

이후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대통령 직속 정책자문회의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회’로 넘어갔다. 이와 함께 올초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출산, 육아, 교육의 문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합의되면서, 국무조정실이 저출산 종합대책 마련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저출산 종합대책 ‘둘둘 플랜’은 미래사회위원회의 방안을 바탕으로,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거쳐 최근 최종 확정됐다. ‘둘둘’이라는 이름은 ‘(부부) 둘이서 둘은 낳자’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이창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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