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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14:55 수정 : 2005.10.20 16:44

 주민들의 반대로 울산시 울주군 중촌면 ㅈ마을의 전셋집에 14일째 입주하지 못해 갈 데가 없는 광명원 원생들이 19일 밤 울산시의 알선으로 노인요양시설인 ‘작은마을’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있다.

[속보] 주민들, 울산 광명원 원생들의 전셋집 입주 반대

< 찜질방과 노인요양시설 전전>

19일 밤 10시 30분, 울산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 산 중턱에 놓인 노인요양시설 ‘작은마을’ 황토방. 숙소가 경매에 넘어가 새로 전셋집을 마련하고서도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14일째 이사를 하지 못한 울산 광명원 시각장애인 원생 12명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전날인 18일 이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던 울산 중구 성안동의 5층짜리 광명원을 나왔다. 올 4월 경매로 광명원 건물을 인수한 ㅅ병원이 노인전문병원을 짓기 위해 이날 2층 내부를 헐면서 보일러와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ㅅ병원 관계자는 “원생들의 딱한 처지는 이해하지만 내부 공사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ㅅ병원 관계자는 갈 곳 없는 원생들을 위해 울산 노인요양병원에 머물 것을 권했지만, 앞이 안 보이는 것 빼고는 모든 게 정상인 원생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한경섭 원장(59)은 “중증 치매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치료하는 병원에 20~80대까지 고루 섞인 원생들을 입원시키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거처를 고민하던 한 원장은 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투석을 받아야 하는 원생 등 중증환자 7명의 건강을 염려해 우선 이들을 노인요양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에 입원시켰다. 또 직계가족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친척이 있는 4명은 친척에게 연락해 돌려보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원생 12명은 18일 오후 3시 울주군 웅촌면 ㅈ마을 안에 마련한 전셋집을 찾았다. 갈 곳이 거기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마을 주민들은 원생들을 마을 입구에서 막았다. 주민들은 그 사이 전셋집으로 통하는 농로를 막았던 쇠파이프와 천막을 걷고 대신 대형 컨테이너로 골목을 아예 막아버렸다.


원생들은 이날 불과 30~40m 앞에 있던 자신들의 전셋집을 들어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주민들과 대치를 계속하던 이들은 이날 밤 11시 30분께 추위를 견디지 못해 차량으로 40여분 떨어진 광명원 근처의 찜질방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었다.

19일 자원봉사자가 지어준 아침밥을 먹은 원생들은 ㅈ마을을 다시 찾았다. 항의하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 곳이 더이상 없었던 것이다. 이날은 자신들이 몰고 온 승합차 안에서 묵을 작정을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가을 밤이 너무 쌀쌀했다. 주변의 설득으로 ㅈ마을에서 5㎞ 가량 떨어진 노인요양시설인 ‘작은마을’에서 잠을 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곳도 이들이 잠시 머물러야 할 숙소다. 노인 전문 요양시설인데다 12명의 원생들이 먹는 식비 부담을 언제까지나 작은마을 쪽에 부담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벽’인 주민들>

이 때문에 원생들은 마을 주민들과 협상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 웅촌면사무소에서 예정된 협상에도 주민들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사회적 약자에게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는 여론의 뭇매를 받은 탓인지 “좁은 마을길에 경운기와 차량이 드나들어 원생들의 사고 위험이 높다”며 말을 바꾸었다.

ㅈ마을 한 주민은 “광명원 쪽이 사전 양해를 구했더라도 집값과 자녀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 마을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했을 것”이라며 “주거의 자유를 막을 명분이 없지만 일부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여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무력한 관청>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울산시는 ‘비인가시설’이라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19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연락을 받고선 갈 곳 없던 원생들을 작은마을로 옮기고 20일 협상을 중재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의 잣대만 들이대며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실무자들은 “원장이 원생들을 다른 수용시설로 보내지 않아 사태가 커지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우리 사회의 인권을 지키는 보루를 표방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3~14일 현지 조사만 했을 뿐이다.

한 원장은 “집단 이기주의와 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당장 먹고 잘 곳이 없게 된 장애인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국가가 원망스럽다”며 “장애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ㅈ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광명원 전셋집으로 통하는 농로 입구에 설치했던 천막을 걷어내고 대신 대형 컨테이너로 아예 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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