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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4 19:17 수정 : 2006.03.27 16:17

122개 나라가 사형제 폐지·중지

[사형제에 사형선고를] 2. 문명국은 이미 폐지


‘문명국은 다 폐지했다.’

사형제에 관한 한 이런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과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이 이미 19세기에 물꼬를 텄고, 지금은 모잠비크·세네갈 등 아프리가 국가와 부탄·동티모르 등 아시아 국가 등 모두 97개국에서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했다. 또 토고·지부티·스리랑카 등 25개 나라가 사실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쿠바·이라크·북한 등 74개 나라만 남았다.

미국은 사형제에 관한 한 국제적 기준 국가가 못 된다. 지난해 3월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이 나기 전까지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하는 지구상의 단 5개 국가(콩고민주공화국·이란·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 포함) 중 하나였고, 실제 집행 건수는 가장 많았다. 미국 안에서도 12개 주는 사형제를 폐지했다.

주목할 점은 1980~90년대 군사독재를 벗어나 민주화를 이룬 나라들(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사회주의 몰락으로 서구식 규범을 받아들인 동구권 국가들(헝가리·폴란드·우크라이나 등)도 대거 사형제 폐지 대열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겪고도 사형제 폐지를 못한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법원은 지난 95년 “인권 존중에 기반한 사회가 되려면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며 “살인범을 범죄 억제를 위한 본보기로 사형에 처하는 것은 인간을 대상화시키는 행위”라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지난 97년 법무부가 23명을 무더기로 처형하면서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표명해 범법자들에게 법의 엄정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되는 태도다.

“올바른 입법이 민주주의”
반대여론 있어도 국회서 저극
사법부 “소수권리 보호” 나서기도
미국·일본·중국등 74개국 남아


[사형제에 사형선고를] 2. 문명국은 이미 폐지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도 국민 여론이 폐지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프랑스는 지난 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한 뒤 사형제 폐지 법안을 냈는데, 당시 여론은 66%가 사형제를 지지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회는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며 법을 통과시켰다. 처음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했으나, 현재는 18년이 지나면 가석방도 허용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다수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차원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다수결 원칙의 입법부보다 사법부가 앞서가는 경우도 눈에 띈다. 앞서 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의 위헌 판결이 그 예다.

특히 헌법으로 사형이 금지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잔인한 살인행위 등에 대해선 반드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마저 인간 존엄성에 위배된다며 지난 77년 위헌이 선언됐다.

‘사형제의 선진국’ 미국에서는 일부 주지사들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사형수에게 감형 조처를 내리기도 한다.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였던 조지 라이언은 지난 2003년 퇴임을 앞두고 사형수 156명 전원을 감형시키면서 남긴 연설로 유명하다.

“우리의 사형제는 유·무죄의 판단에 있어, 그리고 사형에 처할 것이냐 아니냐의 판단에 있어 잘못으로 얼룩져 있습니다…내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나를 조롱하고 경멸하고 분개할 것임을 압니다…그러나 내 권한의 행사가 내게 짐이 되더라도, 나는 감당할 것입니다. 우리의 헌법이 그것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앞으로 나는 우리가 마음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복수를 향한 갈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마련해줄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또 1명 사형 확정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4일 동거녀 등 여성 3명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김아무개(40)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사형수는 모두 63명으로 늘어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형은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 범행동기와 수단, 범행 뒤 정황 등 여러 조건을 참작하면, 그 기준을 아무리 엄격히 적용해도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6월 자신의 내연녀와 가게 여주인, 친구의 초등학생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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