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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4 07:06 수정 : 2006.03.24 07:12

[사형제에 사형선고를] 1. 사형수 마지막 모습

사형장은 지옥이자 천국이다.

좁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형장은 창문 하나 없이 밀폐된 공간이다. 한쪽 끝에는 교도관과 검사 등이 앉는 책상이 놓여있고, 다른 쪽 끝엔 밧줄이 늘어져 있다. 오래된 밧줄은 거의 시커먼 색깔이다. 영락없이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다. 그러나 형장의 사형수들은 대부분 천사의 모습이라고 한다. 찬송을 부르거나 축복의 말을 남기며 사라져간다고 한다. 그래서 사형수들을 교화시키는 교정위원들은 한결같이 “사람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폭력조직 두목의 변화=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의 조성애 수녀는 끔찍한 폭력조직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최아무개씨를 이끌고 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형수가 돼 10년 가까이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최씨는 감옥에서 접하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자신의 조직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는 요즘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악기를 배우고 싶다”며 모형 건반을 구해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교도관에게 다른 수형자가 살다 간 방과 화장실 청소를 시켜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일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곳이지만 청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데 감사해했다고 한다.

“음악 들려주고파” 건반 연습…장기 기증하고 삶 마감도
“들어올 땐 밑바닥 인생이지만 착해진 뒤에 왜 죽여야하나”

“무지했기 때문에 살생했다”=사형수들은 형이 확정된 직후엔 극도의 흥분과 혼란 상태를 겪는다. 언제 사형이 집행될 지 모른다는 공포감 속에 자포자기에 빠지거나, 빨리 죽여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점차 체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그러다 교정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접하면서 대부분 종교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사형수 고아무개씨는 “불교를 접하고 ‘무지하기 때문에 살생했다’는 깨우침을 얻고 새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8년을 덤으로 살았는데 뭘 더 바라겠느냐”며 “지금 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4~5명의 수감자들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영철의 편지=지난해 6월 사형이 확정된 연쇄 살인범 유영철씨는 아직도 교정위원조차 만나지 않고 홀로 독방에 살고 있다. 조성애 수녀는 “영철이가 너무 괴로워하는 것 같다. 그 많은 일을 저질렀는데 하나하나 생각이 나면 심정이 어떻겠느냐”며 “그래서 누구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조 수녀에게 가끔 편지를 보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온 편지의 한 대목이다. “수녀님처럼 천사의 마음이 악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따뜻함이 누구들에게 제때 전해진다면 악마로 변해가는 모습은 미리 막을 수 있기에 여러 사람들이 그 사랑 많이들 나눴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전 저의 죄값 온전히 치르고 이 복잡한 마음도 비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지존파의 마지막 모습=지난 1995년 지존파 김현양씨에게 세례를 준 문장식 목사는 “인육까지 먹은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했고 교화가 불가능한 자들이라고 세상은 말했지만, 그들도 회개하고 예수를 믿고 마지막에 안구와 장기를 기증하는 선행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김씨는 다소 불안하고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전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고하는 문 목사가 지적하는 사형제의 모순은 이렇다. “사형수들은 처음 올 때는 누구나 악심을 품은 밑바닥 인생들이지만 종교를 가지면 내세의 희망을 갖고 변화하는 게 공통적입니다. 그렇게 변화됐는데, 왜 착해졌을 때 끄집어내 죽여야 합니까.”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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