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15:56
수정 : 2012.12.28 15:56
12월 19일 아침입니다.
문 여는 시간이 되기도 전에 국수집에 배고픈 손님들로 꽉 차버렸습니다.
배고픈 손님들이 애타게 자리가 나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습니다. 줄을 서면 꼴찌부터 식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황당해 하다가도 이제는 받아드립니다.
어르신들이 민들레국수집에 가면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주변의 경로식당을 다니시던 분들이 점점 더 찾아오십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르신들께 내년 1월부터는 어르신들은 이곳을 이용하실 수 없다고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정작 노숙을 하는 어려운 처지의 젊은이들이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내년부터는 어르신을 위한 조그만 식당을 새로 열려고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시면서도 '여기가 좋은데' 아쉬워 하십니다.
겨우 조그맣게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을 차릴 집을 구했습니다. 내년 1월중에는 어르신들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어제 갈데가 없어서 버려질 지경의 강아지 한 마리가 왔습니다. 이름은 '까미'입니다. 생후 18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목욕시키고 강아지 집과 사료 밥그릇 등을 마련했습니다. 7-8만 원이나 들었습니다.
민들레의 집 동물가족은 마스코트인 고양이 나비와 강아지인 민들레, 다롱이, 꾸미, 아지, 백구, 까미가 있습니다. 이제 더는 아기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합니다. 더는 받아드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애처로운 강아지를 보면 모른 척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안젤라자매님께서 한우 소머리 세 개를 잘 손질하셔서 보내주셨습니다. 찬물에 담아 피를 빼고 끓여서 고기는 썰어놓고, 뼈는 푹 끓여서 소머리 곰탕을 만들려고 합니다. 고기 듬뿍 넣고 파 송송 썰어서 얹어드리면 손님들이 참 맛있게 드실 것입니다.
배 곪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글 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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