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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8 10:35 수정 : 2020.01.08 11:45

[티베트불교 ‘렛고명상’ 현장을 가다]
용수 스님의 10가지 명상 가르침


깨달음 열쇠는 속도 아닌 방향
수행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
죽을 때 남는 것은 마음의 힘
창의성 원천은 비어있는 마음
명상은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

릴랙스하는 것이 수행의 비결
삶도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다
원수가 곧 나를 깨우치는 스승
집착이 작을수록 행복 열린다
수행은 승부가 아니라 지구전

렛고명상 참석자들이 용수 스님(가운데)의 지도로 본성명상을 하고 있다.

티베트불교는 구체적이며 ‘친절’하다. 근본불교(위파사나)와 대승불교, 화두선 등 여러 수행 전통 가운데 서구에서 티베트불교(금강승)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서구 지식인들의 요구에 부응한 때문이다. 이런 티베트불교의 특징을 잘 보여준 명상 코스가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봉인사에서 열렸다. 용수 스님(51)이 진행하는 렛고명상(12월22~29일)과 렛고심화집중명상(12월29일~1월4일)이었다. 용수 스님은 아홉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독실한 모르몬교인으로 살던 중 모교 유타대에 온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듣고 출가했다. 그는 남프랑스의 티베트사찰에서 4년간 무문관 수행을 한 뒤 2007년 한국에 들어와 세첸코리아를 설립해 티베트불교를 전하고 있다. 렛고(Let go)는 우리말로 ‘내려놓음’이나 ‘놓아버리기’란 뜻이다. 이 코스는 매일 20~30분씩 순수의식을 자각하는 본성명상을 대여섯차례 한 뒤 산스크리트어 만트라를 암송하고, 용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자비명상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각 20명씩 참석한 이 코스에서 용수 스님은 티베트불교의 강점인 죽음명상, 본성명상 등을 통해 수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깼다. 특히 용수 스님은 생각의 혁명을 이끌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부드러움으로 참여자들의 언 가슴을 녹여냈다. 용수 스님이 렛고명상에서 가르친 것들을 10가지로 간추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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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고명상 10가지 핵심

1. 깨달음을 결정짓는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속인의 마음은 돈과 명성을 향하고 있다. 번뇌의 대부분은 이런 욕망에서 온다. 그러나 그런 욕망을 통한 행복은 일시적이다. 욕망은 끝이 없다. 쇠로 만든 족쇄를 금으로 만든 족쇄로 바꿔도 여전히 족쇄를 찬 것이다. 궁극의 행복인 성불을 지향하는 수행자는 마음의 방향을 그런 세속에서 해탈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수행의 출발인 출리심(出離心)이다. 수행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게 아니다. 내려놓는 것이다.

2. 수행이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만 고통스러운 것 같은가. 그렇다면 희소식이 있다.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나만 죽고 싶었던 게 아니다. 타인들도 다 그런 때가 있었다. 자신이 고통스러울 때 더 자비심을 가질 수 있고, 삶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고통이 있을 때 출리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슬픔을 허용하라. 기쁘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해줘라. 그래도 명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마음의 힘 외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목숨과 수행력이다. 죽을 때 벌거벗은 본성, 즉 정광명(淨光明)이 나타난다. 명상을 해본 경험이 없고, 마음의 힘이 없는 대부분의 중생은 죽는 순간 기절을 해버려 정광명과 합일할 기회를 놓친다. 그러면 자신의 내생을 선택할 수 없고, 업에 따라 윤회할 수밖에 없다.

4. 창의성은 생각이 아닌 생각 너머에 있다

명상의 핵심은 완전히 열린 마음이다. 개념을 벗어난 청정한 마음이다. 생각(관념)을 붙잡고 있는 한 진정한 명상이 아니다. 청정하고 비어 있는 마음이 지혜와 창의성과 힘의 끝없는 원천이다.

5. 명상은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이 굳어지면 마음의 감옥이 생긴다. 생각을 쉰다는 것은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수축 긴장하게 된다. 알아차림이 현존하면 된다.

6. 게으른 사람도 붓다가 될 수 있다

본성명상의 핵심은 이완(릴랙스)이다. 우리 본성은 항상 자유롭고, 평화롭고, 자비롭고, 행복하다. 이미 부족함이 없다. 너무 애쓸 필요 없다. 애씀 없이 게으른 듯이 릴랙스하면 자연스럽게 이 상태로 갈 수 있다. 자각 속으로 릴랙스하는 것이 수행의 비결이다. 명상의 목적은 본성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생각이 윤회고, 릴랙스가 열반이다.

7. 자고 꿈꾸는 것처럼 삶도 꿈이다

꿈속에서 희로애락애오욕이 있는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다. 잠에서 깨어나면 꿈의 기억이 남듯 죽을 때도 그 기억만 남는다. 아이들은 쌓아놓은 모래성을 허물어버리면 운다. 그것을 실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에서 울고 두려워하는 것도 그렇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8. 원수가 바로 스승이다

만약 삶에서 고통이 없고, 미워하는 원수가 없다면 이곳에 올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 원수가 수행을 이끌고, 나를 깨어나게 하는 스승이다. 비록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어도 수행자는 그를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고 여겨야 한다.

9. 이기적인 행복 없고, 이타적인 불행도 없다

나만 아끼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다. 나에 대한 집착이 작을수록 열려 있고, 행복하다. 모든 불교 수행은 아집을 닦는 것이다. 손이 발을 보살피듯이 중생을 돕고 보살펴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아이를 낫게 하고 그 고통을 대신 받게 되기를 원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엄마는 고통이 있어도 행복해한다. 마사지 받을 때 아프면서도 시원한 것과 마찬가지다. 받아들이면 고통도 견딜 수 있다.

10. 수행은 한번의 승부가 아니라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지구전이다

습관은 미묘체(에너지체)에 기록된다. 우리 몸에 업이 기록된다. 우리는 바람과 두려움으로 끝없는 밀당을 되풀이하는 생각 속에 빠져 지내 업을 쌓는다. 이를 알아차리는 습관에 익숙해져야 한다. 티베트어로 명상은 ‘곰’인데,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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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명상 후 깨달은 것은

참석자들은 죽을 둥 살 둥 해도 깨닫기 쉽지 않다는 명상을 애씀 없는 릴랙스를 통해 하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최고령자였던 김현숙(73)씨는 “릴랙스하다 보니 생각이 본성에 녹아든다”고 했다. 정경미(57)씨는 “뭘 하든 너무 애쓰고 살았는데, 쉬면서도 알아차리고 깨우칠 수 있다니 행복하다”고 했다.

고은희(47)씨는 “마음속에서 용납되지 않는 사람 때문에 괴로웠는데, ‘깨달음을 위해 원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고정관념이 바뀌었다”고 했다. 고교 철학과목 교사 이윤우(56)씨는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처럼 기쁘다”며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1년 휴직을 했는데 이번 명상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남양주/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렛고명상 참석자들이 자비명상을 통해 부모는 물론 미운 사람도 떠올리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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