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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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이어 교구별 순회 미사도
내달 12일 ‘방북 30돌’ 대규모 미사
“우리 운명 우리 맘대로 못하는
백척간두 현실 알리고자 거리로” 안동 태화동 성당 주임신부 사제들이 거리 미사를 봉헌하자 주교 가운데는 ‘지붕이 없는 곳에서 미사를 봉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톨릭 교회 내 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북한을 방문할 뜻을 밝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어서 요즘은 교우들만이 아니라 주교회의에서도 내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게 김 신부의 해석이다. 따라서 교회 안 평화 미사도 얼마든지 가능해졌지만, 다시 거리로 나서는 이유를 김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한복판을 살아가면서도 우리 운명을 우리 마음대로 못하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안방의 따뜻한 아랫목이 아니라 창호지 숭숭 뚫려 찬바람이 들이치는 곳이 아닌가. 우리가 놓인 현실이 얼마나 척박하며 또 강대국들에 의해 잘못될 수 있을 만큼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는 거리 미사가 적절하다.” 실제 사제단도 남북교류가 외부 여건에 좌우되는 현실을 절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남북교류가 한창 진행될 때 평양과 개성, 금강산을 다녀왔다는 그는 “지난해 10월 남북 가톨릭 대표단이 중국 심양에서 만나 북의 조선가톨릭교회협회 창립과 장충성당 설립 30돌을 맞는 올해 남북 가톨릭 공동 정기총회를 복원하고, 하반기엔 남쪽 가톨릭 대표단이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도 봉헌하고 백두산도 방문하기로 합의했는데, 지난 3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 가톨릭 교류에 차질을 빚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신부는 30살에 늦깎이로 신학교에 들어갔다. 엄혹한 시절에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사제들을 보며 ‘일당백의 삶이 여기에 있구나’란 생각으로 사제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경북 안동교구 소속인 그는 안동 시내 태화동 성당 주임을 맡고 있다. 태화동 성당은 한 프랑스인 신부가 복권을 샀다가 당첨된 돈 전액을 초대 안동교구장인 두봉 주교 서임 25돌 기념으로 쾌척해 세워진 곳이다. 김 신부는 “평화라는 열매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십시일반의 나눔 결실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게 성서의 가르침”이라며 “우리의 평화를 남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사제들뿐 아니라 교우와 국민까지 우리의 온 마음을 함께 모을 때 한반도 평화정착이 로또처럼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아우라지 술집’이란 이동순의 시를 들려주며 ‘남북민이 함께할 그 날’을 꿈꾸게 했다. ‘사발 그릇 깨어지면 두셋 쪽이 나지만/ 삼팔선 깨어지면 한 덩이로 뭉치지요’.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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