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0 19:19
수정 : 2019.05.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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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세덕 신부, 구스만 카리키리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부의장 부부,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 요제프 클레멘스 교황청 주교.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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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반도 평화나눔 포럼’ 유럽대표단
헝가리 부다페스트교구 에르되 추기경
교황청 평신도회 차관 클레멘스 주교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부의장 카리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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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세덕 신부, 구스만 카리키리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부의장 부부,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 요제프 클레멘스 교황청 주교.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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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정권에서 핍박 받았던) 헝가리 교회가 자유화 이후 용서를 이야기한 뒤, 사람들이 ‘너무 약해빠진 것 아니냐’, ‘필요하다면 보복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을 받곤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한 ‘2019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의 유럽 대표단이 20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공동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의 대교구장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은 ‘남북한의 대립과 남한 내부 이데올로기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시작했다.
유럽주교회의연합회 의장을 지낸 에르되 추기경은 “용서란 사회의 불의가 일어날 때 방어하지 말거나 보호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며 “세상엔 인종말살처럼 해결하거나 보상하기 어려운 범죄들이 존재하기에 용서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교회는 가해자가 용서를 청하지 않아도 먼저 용서하라는 부름을 받았기에, 그런 예언자적 사명을 실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보수파로 꼽힌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개인비서를 지낸 요제프 클레멘스 주교(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차관)는 나치의 가해 국가인 독일과 피해 국가인 폴란드의 화해 사례를 들어 “폴란드 정부는 독일 정부에 대한 반감을 계속 유지하고, 분노에 불을 지펴 불이 타오르기를 바랐지만 폴란드 주교회의가 한 걸음 나아가 ‘우리는 용서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서를 빕니다’라는 그 유명한 말을 했다”며 “이 말은 서로 상처를 입은 남한 내에서도, 또 남과 북 사이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같은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교회의 예도 들면서 “화해와 일치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본성, 즉 디엔에이(유전자)에 속한다”라면서 “그렇기에 눈앞만을 보지 말고, 멀리 보면서 일치 속에서 미래의 화해를 준비하며 기다리는 게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의 적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시도했던 화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2차대전 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독일의 아데나워 총리가 두 나라 젊은이의 교류 모임을 시작해 지금까지 연인원 900만명이 참석했다. 분열을 위한 거짓 정보와 선입견, 편견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보다 좋은 처방이 없다. 나도 1970년대 초 그 모임에 참여했다. 끝없이 반복되는 편견을 극복하는 데 최상의 레시피다. 남남에도 남북에도 시도하면 좋을 레시피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레푸블리카대학 교수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구스만 카리키리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부의장은 클레멘스 주교의 교육론을 뒷받침해 “정치적 협상도 필요하지만 전 국민이 진정한 평화 건설에 형제적 유대감을 갖게 하는 대중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젊은이들이 극복해야 할 세가지 요소를 당부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자기 인생의 의미와 목표에 무관심해질 위험이 있다. 자기 나라의 운명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고, 남북한 화해에 대해서조차 무관심해지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남에게 과시하는 소비주의 문화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그저 자신의 복리와 자신의 돈만 염려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다. 또 하나는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는 젊은이들을 왜곡된 시각으로 가둬버릴 수 있다. 진정한 평화의 건설자가 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다. 진정한 교육은 이걸 넘어서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사랑과 정의와 진리와 행복을 위해 높은 소망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사피엔차대학 교수를 지낸 부인 리디세 마리아 고메스 망고와 함께 포럼에 참석한 카리키리 부의장은 오는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부의 결혼 50돌을 기념하는 미사를 바티칸에서 직접 봉헌해주기로 약속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카리키리 부의장은 “몇 달 전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교황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매우 깊다”며 “교황은 남북 화해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6년 첫 개최 이후 지난 18일 4회째 한반도 평화나눔 포럼을 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남북 분단 이전 북에 있었던 57개 가톨릭교회를 기억하는 ‘내 마음 속 북녘본당갖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자 개개인이 북녘에 있던 한 본당과 유대를 맺고 기도하는 영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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