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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4 19:30 수정 : 2019.03.24 19:41

[짬] 티베트불교 스님 낄룽린포체

티베트불교 스님 낄룽린포체. 조현 종교전문기자

불교계의 대표적 월간지 <불광>의 4월호 주제는 ‘세계불교의 흐름을 바꾼 티베트불교의 힘’이다. 그만큼 서구에서 티베트불교의 영향력은 확산일로에 있다. 2천년 전 이스라엘이 로마에 나라를 잃었지만 방랑의 여정에서 유대인들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것처럼 티베트인들도 중국에 의해 국권을 상실하고 세계를 떠돌면서 영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그 바람이 간단치 않다. 지난해말 티베트불교 고승인 삼동린포체가 방한해 큰 반향을 불러왔고, 지난달엔 티베트의 선(禪)인 족첸을 미국에서 전하고 있는 낄룽린포체(56)가 세첸코리아와 행복수업 초청으로 방한해 티베트 명상 붐을 일으켰다.

그가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5박6일 이끈 족첸안거수행엔 80여명이, 서울 덕성여대평생교육원에서 2일간 한 대중수련엔 130여명이 각각 참여해 티베트의 명상이 한국에서도 이제 대중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쉼의 기술>(담앤북스 펴냄)이란 책도 출간한 낄룽린포체를 만나, 책 부제대로 ‘욕망과 불안에 지친 삶을 변화시키는 명상법’에 대해 물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명상을 방석 위만이 아니라 일상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는 먼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명상’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에서 명상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용까지 대주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집중력을 키워줘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며 “명상은 불교를 믿든 믿지 않든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위해 누구나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상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불행과 우울함도 치유할 수 있다. 명상은 우리 삶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는 “지속적인 훈련으로 명상에 익숙해지면 방석 위에 있지 않아도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행복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명상법을 일곱 가지로 정리한다. 일곱 가지 명상법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쉬게 하고 또 마음을 열어 명료함과 단순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곱 가지 명상의 공통점은 차분하지 못하고, 거친 말썽꾸러기 마음을 점진적으로 길들여 집중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마음을 고요히 하는 과정은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길들지 않은 말은 명령을 듣지 않으려 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멀리 달려나가거나, 공격하거나, 땅을 차서 먼지를 일으키고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좋은 훈련사는 참을성을 가지고 말이 조용하고 얌전히 있을 수 있도록 천천히 가르친다. 그래야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인간과 사이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최근 방한 티베트 선 ‘족첸’ 전파
명상법 담은 책 ‘쉼의 기술’도 내
“기쁨, 타인 행복 바라는 데서 와
고통은 자신만의 행복 원하는 데서”

낄룽사원 설립자 5번째 환생자
미 시애틀서 족첸 명상법 가르쳐

티베트 오지인 캄지방 태생인 그는 18세기에 낄룽사원을 설립한 낄룽린포체의 5번째 환생자로 어린 시절 인정을 받아 10대에 3년간의 치열한 수행을 거쳐 17살의 어린 나이로 대사원인 낄룽사원의 주지를 맡았다. 그는 1993년 인도로 성지순례를 떠났다가 서양인 제자들을 만났고, 그 이후 가르침을 요청하는 서양인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 시애틀에 명상센터를 꾸려 미국과 유럽, 남미, 인도, 동남아 등지에서 족첸 명상법을 가르치고 있다.

티베트의 전통 수행자이면서도 대중수련에서 세속적 질문에도 흔쾌히 답하는 걸 보면 신세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진다. 대중수련에서 한 여성 참석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차여 마음이 아픈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통상 탐욕으로 관계를 맺는다. 불교는 늘 변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떤 관계도 고정된 게 아니다. 상대도 변화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당신도 스스로 자책하고 비난하지 않고, 자신에게 자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족첸의 핵심 요소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티베트불교 스님 낄룽린포체. 조현 종교전문기자

또 ‘직장에서 내가 내린 결정에 동료가 이의를 제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고도 그 사람과 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며 “명상의 평안한 에너지를 가진다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을 수 있어도 이전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될 것이고, 점차 (마음) 열림이 가진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명상의 기술만이 아니라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대인들이 일, 경쟁, 공부, 심지어 가족생활로 인한 중압감에 압도돼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마음이 바빠지는데, 행복, 우정, 안락함, 사랑, 성공, 기쁨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질적 세계에만 의존해 물질만능주의를 따르는 생활방식을 택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7세기 인도의 고승 산티데바의 말을 빌려 평화와 행복을 위한 동기를 새겨주었다.

"이 세상에 어떠한 기쁨이 있든지 간에, 모든 것은 다른 존재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데서 온다. 이 세상에 어떠한 고통이 있든지 간에, 모든 것은 오직 자신만이 행복해기를 갈망하는 데서 온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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