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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5 18:49 수정 : 2019.02.25 22:41

[짬] 서울시립 신림청소년쉼터 소장 홍정수 신부

서울시립 신림청소년쉼터 홍정수 소장. 2008년 서품을 받은 성공회 신부인 홍 소장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3월 두번째로 쉼터 책임을 맡았다. 강성만 선임기자

“사람을 돕는 게 더 선교적이죠. 포교활동보다 더 신이 원하는 것에 가깝죠. 예수님은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사셨어요.”

서울시립 신림청소년쉼터(이하 쉼터) 홍정수 소장의 얘기다. 그는 2008년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고 줄곧 ‘사회 선교’를 해왔다. 교회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보며 살아왔다. 올해로 개설 21돌을 맞은 쉼터는 성공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소장으로 왔다. 앞서 2010년에도 1년 4개월 동안 쉼터를 이끌었다. 그는 성공회가 만든 노숙인 쉼터인 살림터 원장도 지냈다. 2013년엔 심리치유 전문가들과 함께 치유전문센터 마음복지관을 열어 3년가량 이끌었다.

왜 쉼터로 다시 왔나? “서울교구에서 인사를 냈죠. 하하. 요즘은 정부에서 청소년쉼터 소장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물론 관련 경력도 요구해요. 다른 사제 가운데 마땅한 분을 찾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는 사제 서품 이전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다. 만 28살이던 1998년 서울신학대 사회복지과에 들어가 3학년 때 성공회대 같은 과로 편입해 졸업했다. 이어 사제의 길을 걸으러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군 제대 뒤 자동차를 팔면서라고 했다. “2년 넘게 자동차 영업을 했어요. 우연히 장애인에게 차를 팔았는데, 그들에게 차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연구도 많이 하고 장애인 대상 영업에 주력했죠. 이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만든 장애우대학에 들어가 공부도 했고요.”

사제가 되겠단 결심은? “한 성직자가 서울 봉천동 빈민가에서 홀로 결손 가정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고 공동체 활동을 하셨어요. 그걸 보면서 ‘왜 그렇게 사실까’란 질문을 마음 속에 품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때 신앙체험도 했죠.” 왜 성공회냐고 묻자 “성공회는 영성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려고 한다”고 답했다.

서품 직후 그는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3년 전엔 서울불교대학원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수료했다. ‘마음 챙김’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란다. “젊어선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복지도 그중 하나였죠. 그 뒤엔 심리학을 공부해 사람들의 괴로운 마음을 치유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최근엔 결국 내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상을 공부하는 이유죠. 심리 치유에서도 명상 기법을 많이 쓰죠.”

그는 “불교를 잘 이해해야 기독교도 잘 이해한다”고 본다. “불교의 무아 진리론을 이해하면 기독교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예수의 삶이 무아의 삶이죠. 자기를 내려놓으셨잖아요. 자신에 집착하지 않는 게 무아이죠.”

성공회 위탁운영 21돌 ‘홍보’ 자처
2010년 이어 작년 두번째 소장 맡아
“10년새 쉼터 아이들 심신 약해진듯”
시설 보수·심리치유 등 지원 ‘절실’

자동차 판매하다 장애인 돌봄 관심
사회복지 공부하다 2008년 사제로

그가 일하는 쉼터는 가정폭력이나 학교 부적응 등의 이유로 집을 나온 아이들을 단기(최장 6개월) 보호하는 곳이다. 서울시가 80% 여성가족부가 20% 예산을 댄다. 현재 16명의 청소년이 머물고 있다. 직원은 모두 11명이다. 그는 쉼터 직원들의 전문성과 헌신성을 알리고 싶어 했다. 인터뷰를 한 이유라고도 했다. “(사회복지 기관 중에) 험한 곳이죠. 숙직도 많고요. 그래도 초기부터 근무한 분이 2명이고 3명의 팀·부장은 10년 이상 근속하셨어요.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잘합니다.” 그는 직원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아이들이 ‘욱’ 하도록 행위를 해도, 선생님들이 늦게 반응하도록 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죠. 올해도 정신과 의사인 전문가를 불러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덧붙였다. “쉼터에서 아이가 폭력을 행사하면 퇴소 조처를 해요. 하지만 이런 폭력에 선생님들이 폭력이나 폭언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원칙이죠. 잘 타일러 퇴소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다시 찾아와요.”

2010년과 견줘 ‘쉼터 아이들’은 어떤 차이가? “예전보다 청소년 인구는 줄고 쉼터 수는 늘었다는데 (신림) 쉼터를 찾은 아이들은 줄지 않았어요. 우울증 약을 먹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자해하는 아이들도 봐요. 심신이 많이 약해졌어요.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아이들과 가끔 티브이도 같이 봤어요. 요즘은 스마트폰만 봐요.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쉼터 아이들 열에 넷은 가정으로, 넷은 사회로 돌아간단다. “타고난 기질이나 환경이 있어 모두 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죠. 가정 폭력 탓에 복귀가 어려우면 사회 복귀를 유도하죠. 알바를 잡아 일을 하면 중장기 쉼터로 보냅니다. 거기는 3년 동안 있을 수 있죠.” 예산 지원은 충분한가? “돈은 늘 모자라는 것 같아요. 쉼터를 좀더 밝은 분위기로 깔끔하게 리모델링하면 좋을 것 같은 데 (예산 지원이 안 돼) 아쉬워요. 물리적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든요.” 계획을 묻자 그는 “쉼터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올해는 여건이 되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재난·재해 피해자들의 심리 치유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현장을 찾아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로 (송전탑 싸움을 한) 밀양엔 3년 동안 찾아가 치유캠프를 열었어요. 재난 충격이 각인 되면 평생 그 생각이 떠올라 거기에 머물죠. 사건 초기에 전문가가 상담 치유를 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교회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 말을 했다. “교회가 개인의 행복보다 (교회) 조직의 성장이나 조직이 생각하는 진리의 전달을 우선하고 있어요. 종교는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죽어서 천국 간다며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팔려 하지 말고 살아서 천국 만들어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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