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신림청소년쉼터 홍정수 소장. 2008년 서품을 받은 성공회 신부인 홍 소장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3월 두번째로 쉼터 책임을 맡았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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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어 작년 두번째 소장 맡아
“10년새 쉼터 아이들 심신 약해진듯”
시설 보수·심리치유 등 지원 ‘절실’ 자동차 판매하다 장애인 돌봄 관심
사회복지 공부하다 2008년 사제로 그가 일하는 쉼터는 가정폭력이나 학교 부적응 등의 이유로 집을 나온 아이들을 단기(최장 6개월) 보호하는 곳이다. 서울시가 80% 여성가족부가 20% 예산을 댄다. 현재 16명의 청소년이 머물고 있다. 직원은 모두 11명이다. 그는 쉼터 직원들의 전문성과 헌신성을 알리고 싶어 했다. 인터뷰를 한 이유라고도 했다. “(사회복지 기관 중에) 험한 곳이죠. 숙직도 많고요. 그래도 초기부터 근무한 분이 2명이고 3명의 팀·부장은 10년 이상 근속하셨어요.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잘합니다.” 그는 직원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아이들이 ‘욱’ 하도록 행위를 해도, 선생님들이 늦게 반응하도록 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죠. 올해도 정신과 의사인 전문가를 불러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덧붙였다. “쉼터에서 아이가 폭력을 행사하면 퇴소 조처를 해요. 하지만 이런 폭력에 선생님들이 폭력이나 폭언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원칙이죠. 잘 타일러 퇴소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다시 찾아와요.” 2010년과 견줘 ‘쉼터 아이들’은 어떤 차이가? “예전보다 청소년 인구는 줄고 쉼터 수는 늘었다는데 (신림) 쉼터를 찾은 아이들은 줄지 않았어요. 우울증 약을 먹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자해하는 아이들도 봐요. 심신이 많이 약해졌어요.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아이들과 가끔 티브이도 같이 봤어요. 요즘은 스마트폰만 봐요.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쉼터 아이들 열에 넷은 가정으로, 넷은 사회로 돌아간단다. “타고난 기질이나 환경이 있어 모두 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죠. 가정 폭력 탓에 복귀가 어려우면 사회 복귀를 유도하죠. 알바를 잡아 일을 하면 중장기 쉼터로 보냅니다. 거기는 3년 동안 있을 수 있죠.” 예산 지원은 충분한가? “돈은 늘 모자라는 것 같아요. 쉼터를 좀더 밝은 분위기로 깔끔하게 리모델링하면 좋을 것 같은 데 (예산 지원이 안 돼) 아쉬워요. 물리적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든요.” 계획을 묻자 그는 “쉼터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올해는 여건이 되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재난·재해 피해자들의 심리 치유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현장을 찾아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로 (송전탑 싸움을 한) 밀양엔 3년 동안 찾아가 치유캠프를 열었어요. 재난 충격이 각인 되면 평생 그 생각이 떠올라 거기에 머물죠. 사건 초기에 전문가가 상담 치유를 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교회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 말을 했다. “교회가 개인의 행복보다 (교회) 조직의 성장이나 조직이 생각하는 진리의 전달을 우선하고 있어요. 종교는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죽어서 천국 간다며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팔려 하지 말고 살아서 천국 만들어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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