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장을 맡은 문창우 주교.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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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3 70돌’ 이어 위원장 맡아
“최정숙·강평국·고수선 ‘만세’ 앞장”
미사·선언문·학술대회·뮤지컬 등 47년 ‘3·1절 기념대회’ 발포 사건
경찰 ‘사과’ 대신 탄압에 항쟁 발화 지난 6일 제주시 아라동 주교관에서 만난 문 주교는 독립을 갈망했던 1919년의 3·1만세운동과 ‘반분단, 통일운동’을 지향하며 1947년 3월1일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열린 ‘제28돌 3·1절 기념대회’의 맥이 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4·3 70주년 활동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성학원(가톨릭계 학교) 출신 최정숙(초대 제주도교육감) 선생에 대한 뮤지컬을 준비하다가 47년 기념대회에서 시작된 제주4·3의 정신이 3·1운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됐어요.” 천주교 제주교구가 전국 처음으로 ‘3·1운동 100주년 위원회’를 꾸린 이유다. “일제로부터 해방은 됐지만 온전한 자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채 미군정 체제하에 놓이게 된 현실 속에서 제주도민들은 1919년 3·1운동의 정신으로 하나된 조국의 해방과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47년 기념대회를 열었다”고 문 주교는 말했다. 이날 집회를 구경하던 초등학생과 아기를 업은 20대 초반의 젊은 부녀자 등 6명이 미군정 경찰의 발포로 숨졌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령을 내렸다.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이 제주로 몰려와 청년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고문하는 등 제주 사회가 요동쳤다. 결국 1948년 4월3일 ‘탄압이면 항쟁이다’며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문 주교는 “미군정에 의해 다시 살아난 친일파가 민족의 완전한 독립과 자립을 요구하던 이들을 ‘빨갱이’라는 굴레로 가두고 잔혹하게 학살했던 비극이 제주4·3이었다. 한국전쟁에서도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 전쟁 이후에도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기득권과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잔혹하게 탄압해온 역사의 부당한 오류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족의 통일을 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다”라고 말했다. 1909년 개교한 제주 최초의 여학교인 신성여학교는 1914년 제1회 졸업생으로 최정숙(1902~77)·강평국(1900~33·제주 최초 여교사)·고수선(1898~1989·제주 최초 여의사) 등을 배출했고, 이들 3명은 훗날 서울로 유학해 ‘경성여고보 제주 3인방’으로 3·1만세에 앞장서 옥고를 치렀다. 이후에도 제주 여성 문맹 퇴치, 교육, 의료, 사회 봉사, 문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애국지사들이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오는 3월1일 주교좌성당에서 3·1운동이 지닌 비폭력 평화운동의 정신을 기념하고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념 미사를 봉행한다. 또 다른 종교인들과도 연대해 3·1정신을 오늘의 제주에 되살리는 ‘3·1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5월에는 항일운동가이자 교육자로 평생을 산 최정숙 선생을 기리는 뮤질컬 <최정숙>을 공연한다. 9월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최정숙·강평국·고수선 선생의 업적을 조명하고 당시의 천주교회 모습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해 5월 제주4·3평화공원에서 ‘성모의 밤’ 행사를, 10월에는 북초등학교에서 ‘묵주 기도의 밤’ 행사를 열고, 47년 3·1절 기념대회 때처럼 관덕정까지 행진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 4·3을 알리기 위해 발간한 소책자 3만여부를 전국의 교회에 보내기도 했다. 문 주교는 49년 1월 ‘북촌리 대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어머니에게서 어릴 때부터 4·3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문 주교는 지난해 4·3 행사 가운데 가장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전국의 주교들이 명동성당에서 올린 ‘4·3 미사’를 꼽았다. 그는 “올해 10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사회문제를 주제로 미사를 한 것은 ‘4·3’이 처음이었다. 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명의로 4·3의 진실규명과 치유에 적극 동참하고 연대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회고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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