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로 등 달기 분담액 할당
합창단 창단, 성역화 공사비 등 수시로 후원금 수천만원 요구
종교 다른 직원까지 행사 동원, 인사평가에 참여도 반영해 압박
서울시, 작년 재단 감독 때 확인…총인 “후원금, 종교행사 강요 안해”
2015년 4월27일, 진각복지재단 산하시설 직원들은 이상한 전자우편 한통을 받았다. “각 산하시설 시설장님 이하 직급별 서원 등 달기 최소 분담액을 공지하오니, (중략) 위의 계좌로 동참하신 후 개개인 동참 내역을 시설별로 취합하여 법인 사무처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진각종 행사인 ‘진호국가불사’ 때 등을 달아야 하니 그 비용을 내라는 공지였다. 전자우편에는 직원별로 수십만원씩 할당된 금액이 적혀 있고, 이를 (재)대한불교진각종 유지재단의 계좌로 보내라는 지시가 담겼다. 진각종 승려들이 진각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산하시설 직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종교후원금 강요였다.
이런 불법행위는 2018년 8월 서울시 특별지도감독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서울시는 2018년 12월 진각복지재단에 보낸 처분사전통지서에서 대표이사와 상임이사에게 해임 명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종교후원금 강요는 수시로 이뤄졌다. 2015년 8월 카루나합창단 창단 비용 1천만원, 2016년 5월 만등 달기 비용 1천만원, 2016년 9월 진각종 총인원 성역화 공사 봉축 불사 기념 소나무 구입 비용 1천만원, 2016년 12월 회향의 밤 분담금 등 요구한 것으로 밝혀진 것만 수천만원이다.
진각복지재단 산하시설 직원들은 종교 행사 참석도 강요받았다. 공식 업무 때 탑주심인당(절)에서 불사를 드리거나 새벽 6시부터 명상에 참석해야 했다. 진각종 서원가(불교 노래)를 부르는 카루나합창단에 참여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행위가 근로기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도는 인사평가에 반영됐다. 진각복지재단의 ‘시설장 자기평가서’에는 ‘소속 직원의 심인당 참여 정도’ 항목이 있었다.
기독교인인 직원 ㄱ씨는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10시에 탑주심인당에 갔다.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고 정사(승려)들의 설법을 들었다. 오후 2시에는 카루나합창단에 가서 서원가를 불렀다. ㄱ씨는 “내 종교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데서 느끼는 죄스러움이 있었다. 하지만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학문’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고 말했다.
후원금과 종교 행사 강요는 진각복지재단 법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진각복지재단의 최고결정권자인 대표이사와 상임이사는 모두 진각종 승려다. 후원금 강요가 한창이던 2015∼16년 진각복지재단 대표이사는 현재 진각종 최고지도자인 총인이 됐다.
총인 회정 정사(김상균)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후원금이나 종교 행사 참석을 강요한 적은 한번도 없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 할당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며 “법인 사무처나 시설장들이 충성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 법인 사무처에서 후원금 할당과 종교 행사 참석을 독려한 사람 중엔 총인의 아들도 있었다. 진호국가불사 후원금 요구 전자우편도 그가 보낸 것이다.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dr@hani.co.kr
진각복지재단 법인 사무처가 산하시설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할당해 요구하는 전자우편. 컴퓨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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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복지재단 법인 사무처가 산하시설장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종교 행사 참석을 요구하는 내용. 휴대전화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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