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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6 15:15 수정 : 2018.09.26 20:39

‘자승 세력’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했다 판단해 동반 사퇴
원행 단독 후보로 선거 치를 판…종단 갈등 해소 어려울듯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의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와 조계종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대참회와 종단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 결의대회’가 동시에 열려 불교개혁행동 회원들(왼쪽)과 조계사 종무원 및 스님이 대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8일 치러질 예정인 대한불교조계종 36대 총무원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후보 중 3명이 공동사퇴했다.

설정 스님이 은처자 의혹 등으로 중도사퇴해 궐위된 총무원장직에 후보자로 등록했던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2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 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이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다.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후보 사퇴 배경에는 종단 최대 종책모임인 불교광장의 사실상 좌장이자 막후 실력자인 자승 전 총무원장 쪽이 차기 총무원장으로 원행 스님을 낙점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견에서 혜총 스님은 “권승들이 많은 사부대중을 농락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퇴를 결의했다. 종단이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체육관 선거를 하고 있는데 직선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 스님도 “금권선거와 비방을 안하고 종책 선거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동안 중립을 공언했던 특정세력이 막판에 나서면서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우 스님은 “선거인단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투표 불참과 반대 혹은 무효표로 호응할 수도 있고, 선거 뒤 인준 과정에서 원로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남 구룡사와 일산 여래사 등을 창건하고 통도사 주지를 지낸 정우 스님과 봉선사 주지와 동국대 이사장을 지낸 일면 스님, 포교원장을 지낸 혜총 스님 등은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후보사퇴서에 서명했으며,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총무원장 선거인단은 중앙종회 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선출한 240명을 합해 318명으로 구성된다. 세 후보가 공동 사퇴함에 따라 선거는 중앙종회 의장,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제11~13대·16대 중앙종회의원,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치러지게 됐다. 단독 후보일 경우 선거인단 과반수의 찬성이면 당선된다.

원행 스님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자승 스님 세력의 선거 개입에 반발해 사퇴함으로써 자승 스님 세력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삼는 종단 재야세력과 종단 주류와의 갈등이 선거 이후에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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