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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6 19:02 수정 : 2018.09.16 20:37

[짬] ‘희망의 신학’ 세계적 개신교 학자 위르겐 몰트만

지난 14일 한신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위르겐 몰트만 전 튀빙겐대 교수. 사진 한신대 제공
위르겐 몰트만(93)은 <희망의 신학>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등을 통해 고난받는 하나님을 언급하면서 국내 기독교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독일의 개신교 신학자다. 폴 틸리히, 칼 바르트와 더불어 서구 기독교계에서 20세기 3대 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유신시대이던 1975년부터 한국을 10여 차례 방문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 안병무 박사 등 국내 민중신학자들, 김지하 시인 등과 오랜 교류를 해왔다. 한신대(총장 연규홍)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 수여와 함께 몰트만 기념관 개관에 참석하러 한국에 온 그를 지난 14일 한신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1975년 유신독재 때부터 10여차례 방한
한신대 명예박사·‘몰트만 기념관’ 개관
“평화적 민주화 이뤄낸 한국민 위대”

“남북 정상회담은 이혼 재결합의 시작”
“북의 핵-남의 흡수통일 위협 제거부터”
“남북 청년세대에 ‘희망의 통일’ 알려야”

지난 14일 한신대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위르겐 몰트만이 자신의 초상화를 비롯해 저서와 안경, 펜 등을 기증해 마련된 몰트만 기념관에서 첫 방명록을 쓰고 있다. 사진 한신대 제공
“제가 75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한국인들이 고통을 받던 때였다. 노동자와 학생들이 그에 저항하면서 투옥되고 있었다.”

몰트만은 그에 앞서 1974년 한신대의 초청을 받아 입국하려다 김포공항에서 쫓겨났다.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영국군의 포로 생활을 하면서 신을 만나 신학자의 길에 들어섰던 그였다. <희망의 신학>을 통해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 문화적 소외, 사회적 차별의 현장 속에서 고통받는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고 정의를 세워야한다는 그의 신학적 성향이 위험하다고 당국이 판단해서였을까? 44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을 그는 어떻게 볼까?

“한국은 제3세계에서 첨단하이테크의 선진국으로 변모했다. (한국인은) 군부독재 시절 고난을 받았지만 오늘날 한국은 완전히 민주화된 사회다. 이것을 평화적으로 이뤄낸 한국인이 너무 부럽고 놀랍다.”

몰트만은 자신의 독일 튀빙겐대 제자이면서 이날 통역을 맡은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와 독일어판으로 <한국에서 하나님의 백성의 신학 : 민중>(1981년)을 펴내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 고난받는 한국을 세계에 알렸던 그에게 ‘한반도에서 지금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고 물었다.

“하나님은 분단의 고통 속에 함께 계신다. 분단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참으셨고 지금도 인내하고 계신다. 상징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은 분단의 철책선 속에서 고난받고 계신다. 분단이 극복되고 통일되면 (한국인들은) 부활의 하나님을 경험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두고 그는 “이혼했던 당사자들이 합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한 셈”이라고 했다. 남북의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노력에 대해 그는 (대화) 상대에 대한 인정과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진정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희망의 인내, 사랑의 인내가 필요하다. 희망을 위해, 사랑의 결합을 위해 인내해야 한다. 인내 없이는 사랑의 결합도 불가능하다. 상호 인정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분단 갈등과 상관이 없는 남북의 청년세대에게 통일과 화해 이야기를 미래 지향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은 평화의 조건 마련이다. 북한에서는 핵 위협을, 남한에서는 흡수통일 위협을 없애야 한다. 다만 독일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나름대로 독자적인 화해의 상황을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의 통일을 지켜본 그는 통일되어도 ‘통일 비용’과 남북의 내적 통일문제를 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흡수통일이 이뤄지면 통일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한국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동독이 원한, 내부 사정 때문에 흡수통일이 이뤄졌다. 한국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지난 40년 동안 동독인 200만명이 (서독 쪽으로) 넘어왔다. 국경도시이던 슈베린의 인구의 1/3이 서독으로 넘어왔다. 동독에는 빈 칸이 생겼고 그 부담을 서독이 졌다.”

몰트만은 또 “독일의 사회적, 심리적, 인간적인 내적 통일은 아직도 다 안 됐다. 40년이 지났는데도 동독 출신들은 대등한 독일 국민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도 (통일 후 내적통일에는) 최소한 한 세대가 더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신대 총장실에서 연규홍(왼쪽) 총장과 위르겐 몰트만(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신대 제공

그렇다면 대안이 있을까? 몰트만은 “평화공존의 삶을 (남북한이) 더 살고 그 결과로 통일이 오면 (통일)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 “독일인의 통일 열망은 이제 독일의 신민족주의로 변했다. 러시아 푸틴의 민족주의, 트럼프 미국 제일주의 등 세계적으로 극우파와 혼재되어 있다. 한국 민족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통일을 해도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극우적 민족주의로 간다”고 경고했다.

몰트만은 이날 한신대에서 ‘희망: 시작의 힘, 기다림의 힘’ 주제로 한 특강에서 ‘몰트만 신학의 녹색화 전환’을 소개했다. 희망의 신학은 현재 체제에 대한 자유의 대안을 드러내 주는 희망의 저항 정신에 바탕을 뒀다던 그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땅은 우리의 어머니요 하나님의 약속의 현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것이 파괴되고 오염됐다. 21세기 희망을 잃어버렸다.” 몰트만의 신학적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한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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